[검증대상]
인종적 특성으로 동양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검증내용]
확진자 정보에는 인종 분류 없어
결국,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프랑스 등 유럽의 감염상황을 알리고 있는 유럽 질병 예방 통제 센터와 프랑스 보건부 사이트, 전세계의 데이터가 취합·공개되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페이지 어디에도 확진자들의 인종별 분류 정보는 없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개 정보에 나라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다. 그래도 대개 확진자의 국적과 국내 거주 여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만 이를 인종별로 재분류해 발표한 데이터는 없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WHO와 중국 위건위, 일본 후생노동성 등 각국의 정부 발표자료를 취합해 발표하는 해외감염병 NOW 서비스를 통해서 봐도 인종별 분류는 없었다. 해당 업무 담당자는 '각 나라가 발표하는 데이터에 인종별 분류가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적과 도시별로 분류된 정보는 있어도, 인종별, 인구특성학적으로 분류된 데이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혹시 인종별 데이터가 공개돼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WHO에 별도로 문의해봤다.
인종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취합해 공개하고 있는지와 함께 동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유전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혹시 동양인이 이 병에 특히 취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WHO "과잉 정보가 정보 전염병 야기"
WHO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인종별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동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하다고 밝혀진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답했다.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일반적으로 노약자나 당뇨병·심장병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가 밝혀졌을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 발생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로운 전염병이다. 발병 후 짧은 기간 연구된 바에 따르면 과거 사스와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같은 병은 아니다.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인종 데이터를 공유할 경우 쓸데없는 논란과 혐오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종별 차이는 보건학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정보와 억측이 뒤섞여 거대한 정보 전염병(infodemic)을 야기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을 합친 신조어로,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올바른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복수의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도 같은 의견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미국인 사망자도 나왔다. 동양인만 감염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고,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다 보니 아시아 감염자가 많은 건 당연하다. 인종별로 연구조사된 바는 당연히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도 "음모론 수준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증결과]
전혀 사실 아님. 주장의 근거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