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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잔재’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말과 글에 남아있는 일본어나 일본어식 표현을 바꾸자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일제 잔재’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잘못 알려진 언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채'와 '채소'다. '야채'가 일제 잔재여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최종 등록 : 2019.03.22 18:06

    수정이유: 줄 바꿈

    검증내용


    “야채가 아니라 채소 방송에서 작가들이 그렇게 자막을 넣어줘도 야채라고 하네. 기자조차도. 야채-야사이(일본한자) 채소-순수 우리말. 

    제발 일제 잔재 좀 지우고 삽시다.”

    최근 포털사이트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야채'(野菜)’가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순 우리말인 ‘채소’를 쓰자는 것인데, 이 댓글에는 60개의 

    답글이 달렸고 1천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이 같은 주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주요 언론에 기고한 글도 있다.

    포털사이트 화면 캡처


    먼저 댓글에 나온 채소-순수 우리말 주장은 틀렸다. 채소는 菜蔬라는 한자어다. 채소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은 ‘남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채소(菜蔬)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한다.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는 제외한다’는 뜻의 말이고, 

    야채(野菜)는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채소’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채소는 ‘일부러 기른’의 의미가 강하고, 야채는 ‘들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난’의 의미가 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어의 야채를 뜻하는 ‘야사이(やさい)’가 한국어의 야채와 같은 한자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야채는 일본식 한자어가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야채의 어원 자료가 없어서 판단을 보류하고 있고, 일본식 한자어로 볼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워 공식적으로는 일본식 

    한자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채소(菜蔬)’와 ‘야채(野菜)’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이전에 '야채'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실록 55권 세종 14년 3월 1일 경신 1번째 기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庚申朔/次于每塲院。 有人誤食毒菜死者二, 命兵曹依物故船軍例, 致賻復戶。 又令(編)〔徧〕 諭軍中, 勿食野菜不知名者。

    매장원(每場院)에 머물렀다. 독(毒)이 있는 나물을 먹고 죽은 사람이 둘이 있으므로, 병조에 명령하여 물고(物故)한 수군(水軍)의 예에 

    의하여 치부(致賻)하고 복호하게 하였다. 또 두루 군중에 타일러서 이름을 모르는 야채(野菜)를 먹지 못하게 하였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기간이 상당히 겹치는 한국의 역사에서 일제의 영향력을 전적으로 없애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언어에서도 서양언어가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경우는 더욱 그렇다. ‘철학’이라는 단어처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경우도 많다.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혹은 근거 없는 주장은 또 다른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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