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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등록 : 2019.03.20 11:22

    검증내용


    ▲ 검증대상

    지난해 11월 정부는 서민 경제 살리겠다며 유류세를 6개월 한시적으로 내렸습니다. 기름 값은 15% 정도 싸졌습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그 자체로 논란입니다. 세금 감면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서민 경제와 무관하다는 비판이 거셌고, 국제 유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체감 효과도 적었습니다. 올해 들어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치자 유류세는 다시 한번 타깃이 됐습니다. 유류세 인하로 경유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미세먼지를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왔습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분석 없이 단편적인 사실들의 나열만으로는 원인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정부 대응이 어떤 점에서 잘못이었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짚어줘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미세먼지 사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통계 자료와 업계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 검증방법

    유류세와 미세먼지 사이의 연결 고리는 차량용 경유 소비량입니다. 유류세를 내려서 경유 소비가 늘어났다면, 미세먼지 악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유종별 소비량을 매달 집계합니다. 그 중 차량용만 따로 떼서 10년 치 시계열을 분석했습니다. 석유공사와 석유협회 등 업계 전문가들을 취재해 시계열 분석이 타당한지 검증했습니다.


    ▲ 검증내용

    1. 시계열 분석



    차량용 경유 소비량은 지난해 10월 180만㎘. 유류세가 내려간 시점은 11월 6일입니다. 11월 차량용 경유 소비량은 228만㎘로 급증합니다. 추세는 이어져서 12월 228만㎘, 올해 1월에는 22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유류세 인하가 경유 소비 증가 원인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10년 치 시계열을 보면 차량용 경유 소비량은 매년 늘어납니다. 전체 차량 대수가 늘어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클린 디젤’ 정책이 가속 패달을 밟았습니다. 경유차 대수는 2012년 7백만 대에서 거의 매년 50만대 안팎으로 증가해 지난해 12월 기준 992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경유차 비중 역시 증가 2012년 37.1% → 2017년 42.8%)



    또, 차량용 경유 사용량에는 ‘계절성’이 있습니다. 명절을 끼고 이동이 많은 연말 연초에는 사용량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차량용 경유 사용량은 파동 형태를 그리며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 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 대비 차량용 경유 사용량 증감도 분석했습니다. 11월 증가 폭 4.71%, 12월 1.98%는 예년과 비슷했고, 오히려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1월 증가 폭 13.06%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늘어난 적도 있습니다. (2013년 1월 14.7%↑, 2016년 13.71%↑) 시계열을 놓고 보면, 유류세 인하를 차량용 경유 사용량 증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2. 차량용 경유 소비량 집계 방식 분석



    지난해 월별 차량용 경유 소비량 증감을 보면, 특이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10월에 소비량이 뚝 떨어진 겁니다.  이 역시 시계열로 보면, 최근 10년 동안 10월에 차량용 경유 사용량이 11.53% 급감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원인은 차량용 경유 소비량 집계 방식에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매달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얼마나 팔았는지 조사해서 소비량을 계산합니다. 소비량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 운전자가 차에 넣은 주유량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언론을 통해 정부가 유류세를 내릴 거라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주유소들은 이미 9월부터 기름을 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류세가 내리자마자 빈 기름통을 한꺼번에 채운 겁니다. 그래서 경유 소비량이 9월·10월에 급격히 줄고 11월에 급증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류세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기름을 넣는 것처럼 주유소도 마찬가지로 유류세 인하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구매를 늦춘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증결론

    차량용 경유 소비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정확히 계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소비 패턴에는 정책 변수는 물론 경기 요인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를 미세먼지 증가와 연결시키는 어려워 보입니다. 차량용 경유 소비량 집계 방식에서 오는 통계적 착시 현상이 11월 경유 소비량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고, 시계열로 분석을 해 보면, 12월과 1월 증가 폭도 이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지 한두 해가 아닌데, 그동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경유 가격 인상 논의는 과거에도 나왔지만, 환경부와 기재부 등 부처 간 이견이 크고, 여론 눈치도 봐야해서 매번 유야무야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유차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클린 디젤’ 정책의 공식 폐기를 선언했지만, 그 역시 선언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12월 992만 대였던 경유차는 1월에 또 늘어나서 997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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