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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영화 '가버나움'의 주인공인 소년 '자인'은 무책임한 부모 탓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마찬가지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그의 동생은 병원에 가지 못해 죽어간다. 출생신고를 부모의 손에만 맡겨둔 결과 '미등록 아동'이 된 아이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이처럼 출생등록이 되지 않아 생기는 비극을 한국에서는 막을 수 있을까.

    최종 등록 : 2019.02.15 10:18

    검증내용

    한국에서도 자녀의 출생신고는 거의 전적으로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의 1차 의무는 부모에게 있다. 병원에서 출산을 하게 되면 의료인은 부모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하고, 부모는 이를 바탕으로 직접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단돈 5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데다가, 미신고 사실을 국가가 파악할 방법도 없어 사실상 처벌도 이뤄지기 힘들다. 출생증명서를 발급하는 의료기관은 국가에 출생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동거 친족, 의료인 등 후순위 신고의무자도 있지만, 부모의 사망 등 특수한 이유가 아니라면 출생신고 의무가 넘어가지는 않는다.


    전문가들도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이들을 국가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논문 '출생신고제도의 개선방안'(2017)에서 "부모의 고의, 태만으로 얼마든지 출생신고 누락 및 지연이 가능하다"며 "출생신고 자체가 누락된 아동은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우연히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한 국가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6년 광주에서는 미취학,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중 부모가 10명의 자녀 중 4명을 제때 출생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12~18살이던 2015년에야 공식적 신분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마저도 출생신고가 된 미취학 아동을 확인하면서 오랫동안 신고가 누락됐던 형제·자매들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의료, 보건, 복지, 교육 등 국가 지원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송 연구위원은 출생신고 누락이 "영아 유기, 신생아 매매, 불법·탈법적인 입양 등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회문제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 24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투명인간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법안의 골자는 부모뿐 아니라 '의료기관'도 일차적으로 출생신고 의무를 지는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출생아 99.6%가 병원에서 태어난 만큼,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신고하게 하면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같은 취지로 부모 외의 제3자에게도 일차적인 출생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는 논문 '출생신고 및 등록절차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2016)에서 미국 대부분의 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이탈리아에서 관계기관(병원 등)에 출생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면 미혼모들이 의료기관을 피해 출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산모가 병원을 기피해 위험한 출산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익명출산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주최한 '아동의 출생신고 권리보장 방안모색 토론회'(2016)에서 소라미 변호사는 "익명출산제도는 보편적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전제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희 교수도 앞의 논문에서 "유럽국가(프랑스, 독일)의 익명출산제도 및 미국의 Safe Haven Law(부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병원에 책임을 부과하는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병원 아닌 곳에서 태어난 아이도 출생신고를 보장받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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