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팩트체크 상세보기

HOME > 팩트체크 상세보기

국회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저출산'은 비혼·만혼 때문이다?

출처 :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전담장관 신설에 대한 연구>(2016)

  • 정치인(공직자)의 발언
  • 정치, 사회, 문화
보충 설명

국회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은 2016년 12월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전담장관 신설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에 대해 "결혼 후 출산수준이 낮고,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비혼으로 남아있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며 "저출산 현상의 주된 원인이 되는 만혼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말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젊은이들의 비혼과 만혼 때문일까?

    최종 등록 : 2018.12.18 17:16

    검증내용

    혼인상태와 출산율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비혼이 저출산의 1차적 원인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출산의 원인을 단순히 비혼과 만혼으로 한정하는 것이 다소 피상적인 분석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사회 구조, 문화적 이유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혼인율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오히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비율)은 2014년 기준 6.0%였다. OECD와 EU의 평균은 4.6%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한편, 호주의 경우 조혼인율이 1995년 6.1%이었으나 2012년에는 5.4%까지 떨어졌다. 반면 1.82명이었던 출산율은 1.93명으로 올랐다. 벨기에 역시 1995년 5.1%에서 2012년 3.6%까지 떨어졌으나, 출산율은 1.55명에서 1.79명으로 상승했다. 결혼은 줄어들었는데 아기는 더 많이 태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그 답은 프랑스의 합계출산율 상승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보육수당 등 가정과 관련된 수당을 관리, 지급하는 프랑스 기관 가족수당금고(CAF) 캐서린 콜롬벳 부회장은 "프랑스에서는 70년대 이후 결혼을 하는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가정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며 "혼외로 아이를 낳는 경우가 60% 수준으로, 출산 형태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쇠는 '혼외출산율'이라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혼외출산율과 합계출산율은 대체로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혼외출산율은 1.9%(2017년 기준)로 OECD 평균 39.9%와 비교해 20분의 1 수준이다.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닐 때는 임신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사회문화적으로 혼외출산이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출산하더라도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입양된 아동 가운데 미혼모 아동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법적 부부가 아니면 '정상 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의 사회적 인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양육할 아이가 있다면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CAF의 캐서린 부회장은 "우리는 '양육할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만 본다"며 "양육할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속한 가정이 미혼모 가정인지, 동거 커플인지, 법적 부부인지를 따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인식도 열려 있다. 캐서린 부회장은 "법적 부부가 출산한 아이와 혼외로 출산한 아이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출산을 먼저 한 이후 결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스웨덴 등 저출산 문제를 겪다가 회복한 유럽 국가는 이처럼 '배우자'의 개념을 결혼한 부부 외에도 동거하는 파트너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서도 "출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언제 출산해도 건강한 출산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률혼 시기를 전제로 하는 출산뿐 아니라 법률혼 외의 출산까지도 포함하는 '결혼과 출산을 분리'하는 새로운 지향성을 가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최근 저출산 대책에는 비혼 출산, 양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포함돼 있다.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양육비를 인상하고, 사실혼 부부도 난임 시술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등 비혼 및 한부모 출산, 양육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황이 젊은 세대의 비혼 뿐 아니라 비혼 상태에서의 임신이 대부분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사회문화와도 관련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 인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 변화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일자리 문제 해결도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2017년 기준 56.9%다. 남성 고용률 76.3%보다 20%p 가량 낮다. 특히 여성 고용률을 연령별로 나눠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뚜렷한 'M커브'가 나타난다. 20세 후반까지 고용률이 오르다가 30세 후반까지 떨어진 뒤, 40세 이후 다시 상승하는 모양이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이 많다는 뜻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열린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유럽 주요 국가 사례를 들며 "한국도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 성평등 상황이 실현되면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1990년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현상을 겪었으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며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출산 및 육아휴직 후의 복직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프랑스의 경우 24-49세 여성의 83.8%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결국 저출산 문제에는 여러 요소가 뒤섞여 있다. 장시간 근로, 양성평등, 가정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청년 고용문제, 주거정책 등이 모두 저출산에 영향을 준다. 비혼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의 결과일 수도 있다. 선후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의 주원인을 '젊은이들의 비혼, 만혼화 경향'으로 전제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서린 CAF 부회장은 "다른 전반적인 사회 문제들이 있는데 결론을 하나로 정해놓고 강요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16년 리서치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61.8%가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데, 저출산을 해결할 방법으로 '결혼'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정부 주도 맞선 프로그램'이나 '여성의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줄이는 것'이 저출산 대책으로 등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기사

 

×

SNU팩트체크는 이렇게 운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