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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생명존중포럼

'미혼모 편견'이 낙태의 원인이다?

출처 :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생명존중포럼' <낙태죄 폐지 논란과 생명존중을 위한 제안>(2017)

  • 정치인(공직자)의 발언
  • 정치, 사회
보충 설명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생명존중포럼'의 연구보고서 '낙태죄 폐지 논란과 생명존중을 위한 제안'(2017)에서는 국가의 책무를 두고 '낙태를 허용하는지 금지하는지보다는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어떠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가 중요하며, 구체적으로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낙태 논쟁(...)은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낙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일까?

    검증내용

    ◆ 낙태 원인·미혼모 어려움 살펴보니


    낙태 결정에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임신중단(낙태)에 관한 여성의 인식과 경험 조사'(2018) 연구에서 임신 시 낙태를 고려했거나 실제로 했던 539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1순위 이유는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아서(29.7%) ▲계속 학업과 일을 해야 해서(20.2%)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12.5%) ▲이미 낳은 아이로 충분해서(11.0%)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7.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속 학업이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낙태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미혼, 20대 이하' 집단에서 32.3%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집단에서는 해당 응답이 10% 초반대로 나타났다.

     

    낙태를 고려했지만 임신을 유지한 이들 중 다수는 임신 유지 이후 학업·직업·꿈을 포기해야 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하던 일(학업, 직업 등)을 그만두어야 했다(36.3%, 중복응답) ▲결혼을 했다(35.7%) ▲꿈을 포기해야 했다(21.6%)였다.


    미혼인 10대, 20대 여성들은 학업과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와 병행하기 어려운 임신·출산에 부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혼부모의 사회통합방안 연구'(2009)에 따르면, 미혼시설입소자 중 임신 전 학교를 다니던 미혼모 67%는 학업을 중단했고, 직장을 다니던 미혼모 93%는 직장을 그만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와 정책과제'(2010)에서는 "미혼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결정하는 데는 가족의 의견과 본인의 의견을 모두 고려하였을 것이나 이들을 종합해 보면,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관념, 미혼모와 아기의 장래, 임신과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교육 및 취업 그리고 경력단절)" 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낙태 결정에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학업, 직업, 꿈을 포기하는 등 자신의 인생 계획을 바꿔야 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경제적 문제로도 이어져 미혼모들에게 이중의 고통이 된다.


    ◆ 인공임신중절, 기혼 여성도 많이 택해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무관한 기혼여성들 상당수가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미혼여성보다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낙태율)이 더 높게 보고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2010년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16만 9천여 건이다. 이 중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가 9만 6천여 건(57.1%)를 차지한다. 같은 해 인공임신중절률(가임기 여성 1000명당)은 15.8이며, 기혼여성이 17.1, 미혼여성이 14.1로 나타났다.


    다만 미혼 여성들의 낙태율은 과소집계되었을 수도 있다. 다수의 연구가 10대 등 미혼상태의 여성들은 거부감, 두려움 때문에 낙태 경험을 감췄을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비가 다르다 해도, 상당수의 기혼여성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기혼자들은 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출산, 낙태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기혼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 이유로 '자녀 불원', '임부의 건강 문제', '경제적 곤란', '터울 조절' 등을 꼽았다. 다만 '혼전임신'이라는 응답도 5% 내외를 기록했다. 수술 당시에는 미혼이었으나 이후 결혼해 응답자에 포함된 경우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연구들의 시사점은 기혼여성들의 낙태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적 편견 등 미혼모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없더라도, 낙태를 결심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 프랑스, 미혼모 편견 적지만 연간 낙태 20만↑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출산을 가로막는 주 원인이라면, 미혼모에 친화적인 국가는 어떨까.


    프랑스는 혼인 개념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다. 201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혼외자 출생률은 56.7%에 이른다. 결혼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가 더 많다. 한국은 혼외자 출생률이 1.9%로 OECD 중 가장 낮아 프랑스와 대조적이다.


    프랑스의 높은 혼외자 출생률은 결혼 없이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도 활짝 열린 복지 체계 덕이 크다. 프랑스의 공적 서비스를 맡는 가족수당금고(CAF)의 캐서린 콜롬벳 부회장은 “(출산에 따른 정책적 지원은)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든, 혼외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든 상관없이 모두 주어진다"며 “미혼모 가정은 프랑스 전체 가정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고, 인식도 더 포용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결혼 여부나 가정 형태와는 무관하게 임신·출산·육아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국과 다르다. 2005~2008년에 진행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 Wave 5)에서 프랑스는 미혼모에 대해 조사 대상인 57개국 중 7번째로 우호적인 국가였다. 프랑스의 미혼모에 대한 의견은 '괜찮다(approve)' 61.4%, '탐탁찮다(disapprove)' 26.1% ‘상황에 따라 다르다(depends)’ 11.1%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괜찮다' 3.5%, '탐탁찮다' 61.7%, '상황에 따라 다르다' 34.7%로 미혼모를 인정하는 응답이 57개국 중 52위에 그쳤다.


    그렇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우호적이고, 지원정책도 잘 마련돼 있는 프랑스에서는 낙태가 없을까.


    프랑스에서도 낙태는 존재한다.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의 ‘세계의 인공임신중절 2017(Abortion Worldwide 2017)’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임여성(15~49세) 1000명당 낙태율은 15명 수준이다. 글로벌 통계 포털 ‘스태티스타(Statista)’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연간 낙태 건수는 약 21~22만에 이른다.


    연세대학교·보건복지부의 2011년 연구에서는 한국의 임신중절률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15.8명이며, 한 해 약 17만 건이 이뤄진다고 추산한 바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낙태 경험 응답을 꺼리는 ‘암수’가 많을 수 있다. 프랑스는 낙태가 합법이기 때문에 실태가 거의 투명하게 드러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하루 평균 3000명(연간 100만 건 이상), 그 중 95%가 불법 낙태 시술을 받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앞선 실태조사보다 6배 이상 높은 추정치다.


    한국의 낙태율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혼모에 포용적인 프랑스에서도 적지 않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낙태에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 낙태는 미혼모 편견뿐 아니라 복합적 문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연구에서 인공임신중절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미혼모에 부정적인 사회적 관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연구에서 미혼모시설입소 임신여성 89%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혼모의 출산·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지원방안'(2006)에서는 미혼모가 사회에 가장 바라는 사항으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37.0%)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태 결정에는 미혼모가 맞닥뜨리는 편견 외에도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여성들은 출산 과정에서 학업과 일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상태에서 혼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존재한다. 기혼 여성들 역시 자녀를 원치 않거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낙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삶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낙태 문제를 미혼모 문제로 등치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낙태죄 자체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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