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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포함된 이른바 '양진호 방지법'이 국회에서 좌절됐다. 해당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9월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 등이 반대해 제동이 걸렸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해 사업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정말 사업장에 혼란을 줄 만큼 모호할까?

    검증내용

    해당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개정안 76조 2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관해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국내의 유사개념(직장 내 성희롱)이나 외국 입법례와 비교할 때 (정의가) 불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퀘백 주의 규정을 살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및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보고서에서 해외 입법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여 노동자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관련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볼 때,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담긴 개념은) 징계 대상 행위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규정된 개념"이라며 "광범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성희롱' 규정과도 비교할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기본개념을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시행규칙이나 가이드라인에서 밝히고 있다. 김 변호사도 이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모든 형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일이 법조문에 규정하기 어렵고, 개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이 하위 법령에 구체적 행위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안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벌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벌칙이 있는 경우,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법률의 명확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벌칙이 없는데 명확성을 매우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벌칙이나 과태료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중 60% 이상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럽에서는 높은 편이었던 프랑스(9.5%)보다도 6배 가량 높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일상화된 만큼 관련 법령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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