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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이 종교와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그럼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비양심적이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방의 의무에 납세의 의무를 빗대 “나도 양심적 납세거부를 하겠다”며 판결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양심이라는 말과 판결문에서 쓰인 양심이라는 말에는 의미의 차이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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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등록 : 2018.11.08 16:37

    검증내용

    "나도 양심 있다", "군대 간 우리 아들은 비양심적이라는 거냐",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당장 이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일반인들이 쓰는 '양심'과 판결문에서 언급된 '양심'의 뜻이 서로 다른 데서 비롯한 차이입니다. 국어사전은 '양심'을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군대 간 사람은 비도덕적이라는 거냐, 군대 간 현역만 허탈하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국어사전과 달리,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양심은 일상에서 쓰는 착한 마음이나 올바른 생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거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법원은 '양심'을 어떻게 인정해왔나 살펴보니


    법원이 인정한 양심이 뭔지 살펴보면 '구체적'이라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최초로 무죄 판결이 나온 게 2002년입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이정렬 판사는 여호와의 증인인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심'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피고인이 10살이 됐을 때 어머니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을 믿게 됐다는 것, 2001년 침례를 받았다는 것, 12년간 학교를 성실하게 다녔다는 것, 고등학교 졸업 뒤 매달 10시간씩 전도활동과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 형 또한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병역 거부를 한 사례가 있다는 것 등입니다.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은 피고인의 주장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2년 첫 무죄 판결 이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 2건, 2007년 1건에 이어, 2015년에는 6건으로 늘었고, 2016년 7건이었는데, 중요한 건 7건 가운데 1건은 2심 판결이었습니다. 지난해 2017년에는 무죄 사건이 급증해 모두 35건에 달했는데,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인정한 '양심'은 2002년 첫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2018년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7명이 무죄에 '몰표'를 줬다고 보도했는데, 판결의 변화는 이미 16년 전 시작됐고, 무죄 판결이 급증한 2016년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기도 합니다.


     2007년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의 무죄 판결문을 보면, '양심'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피고인은 2004년 아버지의 권유로 여호와의 증인에서 성서 공부를 하다가 종교를 신봉하게 됨, 그해 겨울 여호와의 증인 회관이 있는 거주지로 이사, 2005년 침례를 받고 정식 신자가 되었고, 여호와의 증인 회관에서 '봉사의 종'이라는 직책을 맡아 청소를 하기도 하고, 여호와의 증인에서 만든 잡지를 지역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고, 매주 다섯 번 열리는 집회에 참석, 매달 70시간의 전도 활동을 했고, 실형이 선고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 등입니다. 혹시 이런 삶의 경로를 따라하기만 하면, 병역을 면제 받는 걸로 착각하시면 안 되는 게, 대법원 판결은 병역 면제 판결이 아닙니다.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나중에 대체복무를 해야 합니다.


    ● 허위로 '양심' 주장했다간…병역법 위반 '전과자' 될 수도

     그래서 핵심은 "나도 양심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현 시점에서 병역을 기피한 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거나, 현역에서 빠져 대체복무제에 편입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방부가 마련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만, 법원이 지금까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한 것을 보면, "나도 양심적 병역 거부"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로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양심 운운하면서 병역을 기피했다가, 검찰 조사 결과 양심은 말 뿐인 것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재판에 넘겨져 병역법 위반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면 누가 군대를 가겠냐"고 원성이 나오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그 심사 절차를 적어도 2020년 제도 시행 초기에는, 우리 법원이 판단했던 것 이상으로 엄격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양심의 존재를 판단한 핵심도, 피고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구체적인 일련의 행동이었습니다. 법원은 단순히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종교가 그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죄 선고를 내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근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의 존재를 판단해왔습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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