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한국의 동물학대 처벌 수위 약하다?
[검증 방식]
동물학대범 판결문 분석 및 해외 사례 조사
[검증 내용]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었던 것이 지난해 2월부터 강화됐습니다.
법에 명시된 처벌 수위를 보면 독일과 비슷합니다. 미국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했고, 영국은 5년, 프랑스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법에 명시된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로 높은 수준의 벌금이 매겨지는지, 징역형 처벌을 받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겠죠.
MBN 사실확인팀은 2013년 이후 최근까지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물학대범 판결문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2013년부터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물학대범 관련 판결문 전수 분석 자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만 기소된 사건 중 형이 확정된 사례는 모두 194건이었고, 201명이 기소됐습니다. 이들을 벌금형, 집행유예, 실형 등 처분 결과에 따라 분류해 봤습니다.
우선 기소는 됐지만 실제로 처벌하지 않는 선고유예는 13명이었습니다.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모두 165명으로 기소된 인원 중 82%를 차지했습니다. 벌금액 평균은 142만 6천 원이었습니다.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한 명으로 0.49%에 불과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동물 학대범을 실제로 어떻게 처벌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미국의 테네시주는 다른 주와 달리 동물학대범 등록법을 통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범죄자의 사진과 이름, 주소, 판결 날짜 등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 범죄자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는 셈입니다.

테네시주 홈페이지 캡처
일리노이주는 인도적 동물 돌봄법을 통해 동물을 구타하거나 잔인하게 대하는 행위, 굶주리거나 과로하게 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A급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4급 중범죄로 처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도입한 영국은 동물 소유권 영구 박탈 조항이 특징입니다. 영국의 동물복지법 제33조에서는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동물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고등학교 직원이 쇠파이프를 이용해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학대범은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영국에서도 2019년 2살짜리 강아지 ‘스타’가 진공청소기 부품인 금속 막대로 학대당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법원은 학대범에게 18주간의 징역형과 함께 동물 영구 소유 금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와 영국의 처벌은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증 결과]
취재를 종합해보면 한국의 동물학대범 처벌에 대한 기준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법정 최고형에 한참 못 미칩니다.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범행을 저질러도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동물을 학대해도, 살해해도 대부분이 벌금 50~200만원 수준의 처벌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반면 외국은 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고, 동물을 영원히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실형의 유죄 선고와 함께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추가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늦게 출발한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