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팩트체크 상세보기

HOME > 팩트체크 상세보기
보충 설명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 대화를 이어지게 하는 매개체를 꼽는다면 바로 기록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기록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기록물이 만들어졌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다양한 기록물이 편찬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역사를 건드리는 문제는 항상 논란을 초래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연산군 시기 무오사화일 것이다. 최근에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폐기 의혹이 불거져 이와 관련된 인물들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앞선 사례와는 다르지만 얼마 전 국회에서 기록과 관련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학생 운동선수의 학교폭력 대처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을 언급하며 “학교 다닐 때 싸움을 진짜 많이 하고 친구들도 괴롭혔다”고 발언했다. 질의 이후 임 의원은 “앞서 정 의원을 언급한 것은 제가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진심으로 받아주지 않길 바란다”고 사과하며 속기록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채익 문체위원장은 “의원이 발언할 부분을 일방적인 요구로 삭제할 수 없다”며 문체위원들에게 삭제 여부를 물어본 뒤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임 의원 사례처럼 국회의원의 회의록 삭제 요청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검증내용

    [검증대상]

    국회회의록 내용을 발언자의 요청으로 삭제 가능한지 여부


    [검증방법] 국회 속기록 관련 법 조항 확인 및 국회 사무처에 문의

    국회 사무처에서 회의록 등 기록 관리를 담당하는 의정기록과에 속기록 내용을 삭제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아울러 국회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국회법에서 회의록 삭제와 관련된 조항이 있는지 알아보고 속기록 삭제에 대해 다룬 자료와 과거 기사도 살펴봤다.

     

    [검증내용]

    국회 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속기록의 완전 삭제는 불가능했다. 발언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회의록에 실린 이상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는 국회회의록의 수정이나 삭제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국회법 117조(자구의 정정과 이의의 결정)를 근거로 한다.


    117조 3항에 따르면 ‘속기로 작성한 회의록의 내용은 삭제할 수 없으며, 발언을 통하여 자구 정정 또는 취소의 발언을 한 경우에는 그 발언을 회의록에 적는다’고 명시돼있다.


    또 1항에는 ‘발언한 의원은 회의록이 배부된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회의록에 적힌 자구의 정정을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발언의 취지를 변경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위 조항에 따라 임 의원의 발언도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에 삭제 없이 그대로 실려있었다. 아래 내용은 영상회의록에 나온 발언을 옮긴 것이다.


    임오경 의원 : 장관님, 학교 다닐 때 싸움해보셨나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네


    임오경 : 친구들 괴롭힌 적 있으세요?


    황희 : 저는 아닌데 아마 그렇게 느꼈던 친구들도 혹시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오경 : 제가 3선 의원이신 정청래 위원님을 계속해서 거론하는데 정청래 위원님은 학교 다닐 때 싸움 진짜 많이 하셨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셨답니다.


    (중략)


    임오경 : 앞서 제가 정청래 위원님 한복 부분이랑 정청래 위원님을 제가 거론했는데 어디까지나 이거는 제가 농담으로 한 말입니다. 이걸 절대로 진심으로 받아주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속기록에서도 삭제...


    이채익 국회 문체위원장 : 의원이 발언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삭제를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위원장이 그리고 또 우리 위원님들이 다 동의해야 삭제가 되는 겁니다. 우리 위원님들, 삭제에 동의하십니까?


    이채익 : (의원들이 동의하자) 그러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발언 중 개인정보가 명확히 드러나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명시한 경우 발언자가 국회 사무처에 개인정보 보호 신청을 하면 회의록에서 X자로 표시하거나 흐림처리를 통해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또 국회법 118조(회의록의 배부·배포) 1항에는 비밀 유지나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발언자 또는 그 소속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게재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불게재’란 보존회의록을 제외한 임시회의록, 전자임시회의록, 배부회의록 및 전자회의록에 싣지 않은 것을 일컫는다. 이처럼 국가기밀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는 회의는 주로 비공개로 진행돼 회의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검증결과] 회의록 내용은 삭제 불가능하다

    말실수, 욕설도 회의록에 남겨지면 지워질 수 없다

    국회 사무처 문의와 국회법 등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회의록에 실린 내용을 삭제할 수 없었다. 삭제나 정정 요청도 회의록에 그대로 실렸다. 단 개인정보는 공개되지 않도록 수정할 수 있으며 국가 안전과 연관된 사안의 경우 회의록에 게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국회회의록을 발언자의 요청으로 삭제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검증기사

 

×

SNU팩트체크는 이렇게 운용됩니다.

×

온라인 허위정보 대응 방법

출처: 유럽위원회, FIRST DRAFT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