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내용

    [검증 대상]

    여가부가 35조 원이나 되는 성인지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지, 성인지 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돈인지


    [검증 방식]

    1. 성인지 예산의 정의 및 책정방식 조사

    양성평등기본법 및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성인지 예산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정선 분석관,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가과 박정애 과장 인터뷰를 통해 성인지 예산의 책정 방식을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인지 예산이 여가부가 ‘세금을 끌어와’ 사용하는 예산인 건지 검증했습니다.


    2. 부처별 성인지 예산안 조사 및 성인지 예산 사업 조사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을 통해 부처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예산의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습니다. 또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사업에는 무엇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이 35조나 되는지, 또 이 성인지 예산이 여성들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인지 검증했습니다.


    [검증 내용]

    1. 성인지 예산의 정의 및 책정방식 조사

    성인지 예산의 정의는 양성평등기본법과 국가재정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주어진 예산을 쓸 때, 예산이 여성과 남성 각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라는 의미입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즉, 성인지 사업에 별도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고려할 때, ‘혈세 낭비’라는 프레임으로 성인지 사업을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실제 성인지 예산은 어떻게 책정되고 있을까. 국회 예산정책처 김정선 분석관에 따르면, ‘각 부처나 지자체’가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 중 성평등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책정됩니다. 즉, 성인지 예산은 별도의 세금을 들이는 것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여가부의 예산도 아닌 겁니다.

    다만, 여가부가 이렇게 각 부처나 지자체의 사업 중 무엇을 성인지 사업으로 볼지 판단하는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도 여가부가 단독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지 예산의 주관 부처는 ‘기재부’이며, 여가부는 성인지 사업의 기준을 정하는 ‘성인지예산협의회’에 위원자격으로 참여합니다.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과가 박정애 과장은 ‘여가부는 기재부가 지침을 마련할 때 협의를 거치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 부처별 성인지 예산안 조사 및 성인지 예산 사업 조사

    그러면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은 얼마일까. 온라인상에서 여가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35조 원을 사용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여성가족부의 성인지 예산은 약 8천 8백억 원입니다. 35조 원의 2.5%가량에 불과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을 확인한 결과, 35조 원은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이 아니라 38개 부처의 성인지 예산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었습니다. 38개 정부 부처 중 가장 많은 성인지 예산 사업을 신고한 곳은 보건복지부로 11조 4천억 원의 예산을 성인지 예산으로 신고했습니다. 그 다음은 중소기업벤처부로 9조 4천억 원, 고용노동부 6조 6천억 원, 국토교통부 4조 6천억 원 이었습니다. 여가부 전체 예산이 약 1조 2천억 원으로 비교적 예산 규모가 작은 부처인 만큼 성인지 예산도 다른 부처에 비해 오히려 규모가 작은 편이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1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

     


    더불어 성인지 예산을 여성만을 위한 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성인지 예산은 성별의 차이에 따라 예산이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는 의미인 데다 부처별로 수행하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다 보니 사업의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가령 교육부의 ‘장애 학생 지원 사업’은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되는데,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을 진행하는데 성별에 따른 요구를 반영하고자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 성인지 예산안 내용의 일부분

     


    다만, 이렇게 성인지 예산으로 사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사업들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국토교통부의 버스환승센터 설치 사업의 경우, 환승센터를 설치할 때 여성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성인지예산협의회’에서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됐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이 “특정 성별을 사업수혜자로 구분하기 어려워 성인지 사업으로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성인지 사업들이 정말 성평등을 재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된 것인지, 정부 부처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성인지 예산에 대한 비판은 ‘여성부 폐지론’ 때문에 불붙은 탓에 ‘여성만을 위해 사용한다’, ‘여성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혈세를 35조나 낭비한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검증 결과]

    성인지 예산은 여가부가 ‘사용하는 예산’도 아니고 ‘세금을 끌어다 쓰는 예산’도 아닙니다. ‘각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사업 예산 중 성평등에 효과가 있다고 보이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무엇을 성인지 예산으로 볼지도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정하는 게 아닙니다. 성인지 예산의 주관 부처는 ‘기재부’입니다.

    또,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기존 사업 중 성평등과 관련되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성인지 예산의 대상 사업은 광범위하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검증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