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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컴퓨터 내 파일 530개를 지웠다. 삭제 파일엔 북한 원전 관련 문서 17건도 포함돼 있었다. 폴더명 ‘60 Pohjois’ 핀란드 말로 북쪽이란 뜻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몰래 북한에 핵 발전소를 지어주려다 들켰다는 식의 의혹이 쏟아졌다. 과연 ‘뽀요이스’ 폴더 속 17개 파일엔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비밀 계획이 담겨 있을까?

    검증내용

    [검증 대상]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를 지운 사실이 드러났다. 삭제된 파일 530개 가운데 17개가 북한 원전 관련 파일이었다.


    ▲‘월성 원전 폐쇄 의혹’ 공소장 범죄일람표 일부


    17개 파일은 ‘60 Pohjois’라는 폴더에 저장돼 있었다. Pohjois(뽀요이스)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한다. ‘Pohjois-Korea’는 북한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낯선 핀란드 말을 폴더명으로 사용한 게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은밀하게 추진했다는 논거로 활용됐다. 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와 ‘경수로백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등의 파일명은 그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당초 파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지의 영역은 음모론으로 채워졌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친북 성향의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몰래 이적 행위를 하다가 들통난 것처럼 몰아갔다. 이른바 '북풍(北風)몰이'였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방은 더 치열해졌다.


    ▲유튜브 ‘뉴스타운TV’ 화면 캡처


    [조우석 / 평론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준다는 건, 원전에서 나온 플루토늄으로 북한이 소형 전술 핵무기를 갖추게 하는 무시무시한 작전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원전의 파괴를 문재인이 결정했던 배경에는 북한의 지령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기입니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뽀요이스’ 폴더, 전체 삭제 파일 530개 가운데 17개에 불과하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논란과도 거리가 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북풍' 이라는 자극적인 요소가 오히려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자칫 정부와 여당을 변호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삭제된 17개 파일은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는 극비문서였을까? 하나하나 따져봤다.


    [검증 방법]

    파일 출처 검증, 논문 및 백서 원문 확인, 전문가 인터뷰


    [검증 내용]

    1. 6쪽짜리 극비 추진 계획?

    ‘뽀요이스’ 폴더 속 핵심 문건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보고서다. 6쪽 분량으로, 2018년 5월 14일에 작성된 v1.1과 하루 뒤 날짜가 적힌 v1.2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 하위 폴더 ‘01 북원추’에 저장돼 있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문 첫머리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문서 곳곳에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 등 주요국의 참여', '국민적 합의' 등을 전제로 깔고 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보고서일 뿐, 추가 검토나 외부 공개 없이 종결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보고서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공무원 경력이 있는 보수 성향의 외교 안보 전문가도 이 정도 내부 검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해당 문건이 정부의 비밀 추진 계획이라고 몰아붙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문가는 보고서 첫머리에 내부 검토 자료라고 밝힌 대목이 오히려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실제 자신들만 보기 위한 자료였다면 굳이 그런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즉 청와대 보고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는 주장이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녹취: 신범철 /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그 정도 내부 검토는 사실 북한에 비밀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내용은 아닌 거예요. 다만 내부 검토용이란 말은 바깥으로 공개될 때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단서를 다는 겁니다. 내부 검토 자료엔 그런 표현을 쓸 필요가 없는 거예요. 문서의 형식 면에선 여전히 의혹이 제기될 만합니다."


    보고서 파일명에 적힌 ‘v’가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의 약자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2일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내용이다. 보고서 작성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취지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페이스북 게시물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대통령(vip)의 약자가 아닌 수정본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 버전(version)의 약자라고 반박했다. 삭제된 문건들의 제목 중에는 청와대를 뜻하는 ‘BH’도 포함돼 있다. 굳이 대통령을 ‘v’라고 표기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v1.1과 v1.2가 하루 간격으로 작성된 보고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용 일부가 수정된 것을 반영한 제목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설령 해당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북 지원 사업을 국회나 국제 사회 동의 없이 정권 차원에서 단독으로 추진할 순 없기 때문이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2. 삭제된 파일은 내밀한 자료?

    ‘뽀요이스’ 폴더에 담긴 나머지 파일은 어떨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서 명칭을 따온 두 번째 하위 폴더 ‘02 KEDO 백서’에는 4개의 PDF 파일이 저장돼 있다. 지난 2007년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에서 발간한 517쪽 분량의 백서로 추정된다. 시중에서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공개 자료다. YTN 취재진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한 이름의 하위 폴더인 ‘02 KEDO’에 담긴 4개 문서는 파일 이름이 같아서 중복된 파일로 보인다. 이걸 빼면 전체 파일 수는 13개로 줄어든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또 다른 하위 폴더 ‘99 참고자료’에 있는 파일 2건은 2009년과 2016년에 작성된 논문이다. 인터넷에서 파일명을 검색하면 원문을 바로 내려받을 수 있다. 북한의 전력 부족 실태와 통일을 대비한 전력 통합 방안에 대한 연구 자료다. 논문 작성 시기였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구상도 녹아 있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삭제된 논문의 저자인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본부장에게 경위를 물어봤다. 윤 본부장은 자신의 논문 2편이 왜 산업부 폴더에 저장돼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산업부에서 따로 자문을 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다만, "공개된 자료인 만큼 단순 참고하지 않았겠느냐"며 "자신은 평소 북한에 발전소를 짓더라도 원전이 아니라 화력이나 수력 발전 등이 먼저라는 논리를 펴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에서도 북한 원전 건설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장기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02 전문가’ 하위 폴더에 포함된 나머지 파일 다섯 개도 극비문서로 보긴 어렵다. 대북 원전 사업 관련 전문가 명단과 이력서 등 단순 실무 자료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검증 결과]

    ‘뽀요이스(Pohjois)’ 폴더에 담긴 17개 파일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북한에 핵 발전소를 지어주기 위한 비밀 문서라고 보긴 어려웠다. 

    전체 17개 파일 가운데 중복을 빼면 모두 13개 파일인데, 이 중에서 산업부가 자체 작성한 문서는 7건에 그친다. 그중에서도 5건은 전문가 연락처 목록과 같은 단순 실무 자료다. 나머지 절반은 2007년에 발간한 경수로 사업 지원 백서를 페이지별로 나눠 놓은 PDF 파일 4개, 그리고 2009년과 2016년에 작성된 논문 2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도 내용을 바로 알 수 있는 공개 자료들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도 산업부가 원문을 공개하면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문서 곳곳에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 등 주요국의 참여’, ‘국민적 합의’ 등이 전제로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첫머리에 내부 검토 자료이며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도 명시했다. 6쪽이란 분량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라고 보기엔 너무 적다. 

    산업부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감사 방해 행위는 엄중히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남한 지역에선 탈원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검토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모적 논쟁을 부르는 음모론이나 구태의연한 북풍몰이는 구별해야 한다. '뽀요이스' 폴더에 문재인 정부의 이적 행위 비밀 계획이 숨어 있다는 식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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