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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이를 두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유독 기업 경영자들에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처벌 기준과 형량이 과하다는 주장과 함께 비판 기사들도 잇따랐다. 과연 맞는 말인지 관련 해외 사례와 법 검토, 관계자 및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팩트체크했다.

    검증내용

    [검증 대상]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이튿날, 이재용 구속은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유독 한국의 경영자들이 과도한 형사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 제목 갈무리


    기사의 출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암참) 신년 기자회견이었다. 암참은 한국에 진출한 800여 개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다. 이 부회장의 재수감에 대한 질문에 제임스 김 회장은 ‘유감’이라 표현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CEO 개인이 얼마나 큰 형사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 제임스 김 발언 내용 중 일부 : “다소 유감스러운 소식이다. 삼성은 한국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한 리더십을 갖는 중요한 기업이다. 이번 판결은 한국에서 경영자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책임과 위험 부담이 국제 기준에 비해 꽤 독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it was really disappointing to hear of that the news yesterday. clearly Samsung is such an important company originated from korea with significant global you know leadership. But it also shows you that in korea the personal liability the personal risk that CEOs go through is actually pretty unique from a global sense.")


    보수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도 해당 기사를 인용해 이 부회장 실형 선고를 비판했다. 한국이 기업인에 유독 엄격하다며 ‘잘못된 재판’이라고도 성토했다.


    유튜브 ‘신의한수’ 화면 캡처


    # 영상 내용 중 일부 :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을 오히려 미국에서 걱정해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번 재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도 함께 얘기하고 있습니다. (중략)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인지, 외국보다 한국 법이 유독 기업 경영자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팩트체크했다.


    [검증 방법]

    관련 해외 사례 확인, 해외 법 규정 검토 및 분석, 암참 관계자 및 형사법 전문가 인터뷰


    [검증 내용]

    1. 한국만 재벌 총수에 실형 선고한다?


    혹시 제임스 김 회장의 발언이 왜곡된 건 아닌지 암참 측에 먼저 질문을 했다. 암참 관계자는 독특하다는 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를 가리키는 건 아니라면서도 기업 활동에 대한 책임을 대표이사 개인에게 물리는 우리나라의 법 체계가 외국과 다르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임스 김 회장의 발언 취지가 그것을 인용한 기사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 허 준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외협력팀장 :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처벌 건이 독특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법 체계상 기업의 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표이사 개인이 받는 게 독특하다고 한 겁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 개인에 대한 실형 선고는 정말 독특한 사례일까?


    먼저 제임스 김 회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와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홍콩으로 가보자. 2014년 12월, 정경유착 사건의 판결이 있었다. 홍콩 부동산 재벌이 간척지 입찰을 따내기 위해 자치 정부 2인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공수처의 모델이 된 홍콩 '염정공서(ICAC)'가 수사했다. 홍콩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 ‘순훙카이’ 그룹의 공동회장인 쿽 형제에게 각각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홍콩 순훙카이 정경유착 사건 최종판결문


    # 판결문 내용 중 : “판사는 상소인에게 다음과 같은 형을 부과했다. 라파엘 후이(홍콩 정부 2인자)는 징역 7년 6개월에 정부에 1,182만 홍콩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토마스 쿽은 5년 징역과 50만 홍콩 달러의 벌금에 5년 동안 어느 회사의 이사로서도 자격이 없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 박완기 / 홍콩 법정 변호사 : “홍콩 염정공서(ICAC)라고 한국 공수처의 모델이 된 기관입니다. 그 기관이 선홍카이 그룹의 공동회장이었던 토머스 쿽과 레이먼드 쿽 형제를 기소했는데, 결국 재판에서 5년 징역형이 선고됐고요.”


    암참의 본국, 미국은 어떨까? 기업범죄를 저지른 CEO들은 더욱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2001년 파산한 미국 최대 에너지 대기업 ‘엔론’의 CEO 제프리 스킬링이다. 분식 회계로 실적을 부풀렸다가 들통나 징역 24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110억 달러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전화회사 월드컴의 대표 버나드 에버스는 25년형, 임종 직전 가석방되기 전까지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후 미국은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과 회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사베인-옥슬리법'을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직전 단행한 사면에는 사기 혐의로 무려 징역 835년형을 선고받은 기업인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분식회계나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의 사례와 두고 두고 비교 되고 있다.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CEO 실형 관련 기사 (출처: The New York Times)


    전 사업가 숄람 와이스 형량 관련 (출처: WIKIPEDIA)


    2. 한국만 유독 CEO 엄격히 처벌한다?

    최종 판결에서 확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뇌물 액수는 86억 8,081만 원이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긴 어려웠을 거라면서도 자신의 경영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줬다며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재용등 파기환송심 판결문 원문 내용 중 일부


    이 같은 판결은 재벌 총수, 특히 삼성 그룹 오너에 대한 실형 선고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지만, 외국과 비교했을 때 형량이 과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양형 기준을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 진다. 우리의 뇌물공여죄 양형기준은 4단계가 전부다. 뇌물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모두 같은 형량이 적용된다. 86억 원의 뇌물액이 확정된 이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기본 2년 6개월에서 3년 6개월이다.


    한국 뇌물공여 양형기준 (출처: 대한민국 대법원 양형위원회)


    반면 미국의 양형 기준은 범죄 등급을 43개(세로축)으로 세분화한다. 뇌물액수가 늘면 그만큼 등급이 올라간다. 여기에 6단계(가로축)로 나뉜 범죄 경력에 따라 형량이 가중된다.


    2018 미국 연방 양형 기준표 (출처: 미국 양형위원회)


    미국 양형기준 개관 관련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출처: 법제처·법령정보관리원)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의 뇌물죄는 12등급에서 시작한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86억 원, 미화로 78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줬다면 30등급으로 높아진다. 초범의 경우 징역 97개월에서 121개월, 최소 징역 8년형이다. 게다가 집행유예도 불가능한 D영역에 해당한다. 양형 기준표로 단순 비교만 해봐도 대한민국 법이 유독 CEO를 엄격히 처벌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팩트와이> 화면 캡처


    [검증 결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를 두고 한국이 유독 재벌 총수를 엄격히 처벌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서 기사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그러나 미국에선 분식 회계를 저지른 대기업 CEO가 잇따라 징역 20년 이상 엄벌에 처해졌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도 뇌물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다. 뇌물죄의 양형 기준만 봐도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했다. 즉 한국만 재벌 총수에 실형을 선고하고, CEO에게 유독 엄격한 법체계를 갖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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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럽위원회, FIRST D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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