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내용

    2020년 3월 23일, 서울시내 음식점 폐업 수가 3월 한 달간 1600곳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1468곳이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폐업이 9.0%(132곳) 증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매출이 급락하자 폐업과 휴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틀 뒤인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수치를 인용했죠. "이달에만 서울 음식점 1600여곳이 불황을 못 이기고 폐업했다"고 했습니다.

    뉴스래빗 데이터랩이 살펴본 폐업 현황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음식점 폐업은 오히려 2019년 3월보다 감소했습니다. 업종별로 봐도, 지역별로 봐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도 폐업은 대체로 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뉴스래빗이 서울시에 확인해보니, '1600곳'은 같은 주소로 등록된 폐업건을 중복으로 보고 직접 제거한 결과입니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데이터에는 상호명, 주소, 업종, 폐업일자 등 폐업 매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중 주소가 같은 경우, 같은 폐업 내역이 중복됐다고 보고 '1건'으로 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처리하면 예기치 않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백화점 식품관이 리뉴얼해 여러 매장이 같은 날 동시에 폐업한다면, 주소지와 폐업일자가 같다고 해서 폐업 1건으로 볼 순 없겠죠.

    반면 서울시 담당자는 같은 기간 폐업 수가 1761곳이라고 뉴스래빗에 밝혔습니다. 중복은 따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폐업 사유가 '전출'인 경우를 직접 뺐다고 합니다. 해당 담당자는 "전출이 '이사하는 개념'이라서 폐업이 아니라고 보고 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폐업하는 음식점엔 저마다의 사유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식품위생업소 개폐업 데이터에 이를 명시하죠. 폐업한 음식점 중,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나 타 시도로 가게를 옮긴 경우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폐업에서 제외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전출'을 단순히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폐업에서 제외하기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사정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전출은 '폐업 1건'과 '개업 1건'의 합입니다. 자영업자가 같은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장사가 안 되어서, 임대료가 올라서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해 전출(폐업과 개업)한 것이라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분명 뼈아픈 '폐업'일 수 있습니다.

    전출을 포함하면 폐업 데이터의 실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도내용과 서울시의 공식 자료 모두에서, 2019년 같은 시기(3월 1~20일)에 비해 2020년 3월 폐업 음식점 수가 9~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전출을 포함하면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폐업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업 수는 현재 자영업자의 고통을 직접 설명해주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문제는 원본 데이터(raw data)를 어떻게 봐야할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위 사례는 이러한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시 담당자는 "서울시에도 폐업을 집계하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다"며 "전출을 포함하든 제외하든 통계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포함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뉴스래빗의 '폐업' 기준은 이렇습니다

    뉴스래빗은 대한민국 전반의 식품업 폐업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업종별 인허가 데이터 중 '식품' 카테고리를 수집했습니다. 그 중 폐업일이 2017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29일 사이인 56만1770건을 추렸습니다.

    뉴스래빗은 전체 폐업건 중 중복된 주소를 제외하거나, 전출한 경우를 빼지 않고 모두 '폐업'으로 봤습니다. 행정안전부 데이터에서 영업 상태가 '폐업'이고 폐업 날짜가 명시된 건은 모두 폐업한 것으로 봅니다.


    행정안전부 '식품' 업종 폐업 데이터 중 한 예시. 2019년 3월 31일, 같은 주소지에서 5개 업체가 일괄 폐업했다. '주소지'를 기준으로 중복을 판단할 경우 이와 같은 건을 폐업 '1건'으로 처리하게 될 수 있다.


    주소나 상호명, 폐업일자 등 특정 항목을 기준으로 중복을 판단하기엔 예외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백화점 식품관이 리뉴얼해 여러 매장이 같은 날 동시에 폐업한다면, 주소지가 같다고 해서 폐업 1건으로 볼 순 없겠죠.

    전출의 경우 단순히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일괄 제외하기엔 그 사정이 무한합니다. 임대료가 올라 더 싼 지역으로 옮겼을 수도 있고, 손님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떠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래서 뉴스래빗은 '전출'을 일괄 '유지'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습니다.


    뉴스래빗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개방(LOCALDATA) 웹사이트에 업종별 개·폐업 현황을 원본 데이터(raw data)로 공개한다. 건강·동물·문화·생활·식품·자원환경·기타 등 7개 카테고리 내 191개 업종에 이른다.

    이중 뉴스래빗은 자영업 타격이 심한 곳으로 추정되는 '식품' 카테고리 내 32개 업종의 폐업에 주목한다. 급식, 식품 제조·가공·판매, 유흥주점·단란주점, 음식점 등이다. 이 데이터를 월별, 업종별, 지역별로 분석해 폐업 추이를 살핀다. 한 업종 내에 카페·편의점·한식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상세 업태별로도 비교한다.

    이 32곳 중 축산이나 옹기류제조업 등 자영업과 거리가 먼 업종은 제외했다. 최종 대상으로 삼은 업종은 총 21가지이다. 서울시가 열린데이터광장에서 제공하는 식품위생업소 현황의 업종 목록(23종)과 가장 유사한 형태다.

    뉴스래빗은 독자에게 가장 최신의 음식점 폐업 현황을 제공하기 위해 2020년 3월 29일까지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 2020년 3월 31일 수집한 최신 자료다. 행정안전부는 이틀 전까지의 업데이트분을 매일 공개하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내용 외의 자세한 데이터 분석 결과는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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