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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SNU팩트체크 우수상 수상작 후기

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한국 코로나 검사, 진단키트 판독기준(CT값)이 낮아 확진자 수 적다" (2020.12.02 게시)



"파고들어 디테일을 건드려라. 가짜 뉴스는 거기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문제점은 항상 세부 사항에 숨어 있다는 의미다.


2019년 10월부터 2년 동안 팩트체크팀에서 '가짜뉴스'를 추적하면서 실감한 구절이다. '진화한 가짜뉴스'는 디테일을 가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여명 안팎을 기록하던 지난해 11월 공무원인 대학 동기를 오랜만에 만났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작은 아이가 감염될까 걱정이라는 친구는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진자 수를 적게 발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꺼냈다. 실제로는 확진자 수가 더 많은데 확진 여부를 판별하는 진단키트 자체가 헐거운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확신에 찬 친구의 발언에 "근거가 있냐"고 물으니 메시지로 한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전달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전문적인 수치와 통계 등과 함께 제시하는 '꽤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겉모습'을 가진 블로그였다. 


친구는 이 블로그에 게재된 글 중 "코로나 진단키트 판독기준인 CT값과 관련해 외국은 40을 기준으로 삼는 반면 우리나라는 33.5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이라는 주장을 접하고선 확진자 진단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비단 이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CT값'이라는 전문적인 용어와 함께 매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주장에 온라인상에서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정부는 국민에게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숨기기 위해 수준 낮은 진단키트를 도입해 사용하는 의혹의 주체였다.


확신에 찬 친구에게 물었다. "CT값이 40인 경우보다 33.5인 경우에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오는 이유는 뭐지? 외국 진단키트의 CT값은 40이고, 우리나라 진단키트의 CT값은 33.5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지? 아니 애초에 CT값이 무슨 의미지?"


쏟아진 질문에 친구는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오히려 "CT값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찾아보니 블로그 주장처럼 CT값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더라. 우리 진단키트와 외국의 진단키트가 CT값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기준이 다르다는 건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CT값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 진단키트의 CT값이 외국보다 낮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진자 수를 적게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도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되묻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CT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친구의 말대로 우리 진단키트의 CT값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단키트의 대략적인 작동원리는 알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우리 진단키트는 CT값 수치가 낮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는지를 알기 위해선 우선 CT값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문과 출신인 기자 주위에 생소한 개념인 CT값을 쉽게 이해시켜줄 전문가가 있을 리 만무했다. 때문에 진단검사 분야의 전문가를 수소문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얘기를 듣기 전에 기본적인 관련 지식을 미리 숙지해둘 필요가 있었다. 어렵게 만든 전문가 접촉 기회를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랜싯' 등 외국의 저명 의학지에 실린 관련 논문을 입수해 개념 파악부터 시작했다.


우선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진단에는 환자의 호흡기에서 채취한 검체 내에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항원진단법이 주로 사용되지만,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에는 '실시간유전자증폭(RT-PCR)검사법'이 주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문제의 CT값은 바로 이 RT-PCR검사법에서 유전자 증폭을 몇 차례 거쳤을 때 바이러스 감염을 확정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개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CT값을 40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유전자 증폭을 40회 이하로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형광 세기를 측정해 감염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CT값이 높으면 유전자 증폭 횟수도 많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더욱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CT값을 낮게 설정했다면 코로나19 진단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도움을 받아 입수한 국내에 승인된 6종의 코로나19 진단키드의 CT값은 모두 블로그가 주장한 33.5보다 수치가 높았다. 3종의 CT값이 40이었고, 나머지 3종은 각각 38과 36, 35였다. 혹시 외국에서 제작한 진단키트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6종 모두 국내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각 진단키트의 CT값은 제조사가 정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문제도 아니었다. 제조사마다 어떤 유전자를 증폭하는지, 어떤 장비를 쓰는지 등을 감안해 가장 적절한 고유의 CT값을 책정하는 것이고, 정부는 진단키트의 신뢰도를 점검해 사용 승인을 할 뿐이었다.


당연히 각 진단키트마다 검사방법과 장비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를 위해 검체에서 추출하는 '표적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CT값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CT값을 기준으로 어느 국가가 더 깐깐한 기준으로 코로나19를 진단한다는 식의 주장은 성립할 수가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수치(33.5)까지 내세우며 우리 정부가 의도적으로 CT값을 낮게 책정한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관련 자료를 아무리 검색해도 'CT값 33.5'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취재에 도움을 준 권계철 진단검사의학회 회장으로부터 정부가 진단키트의 'cut-off CT값'을 33.5로 권고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지난 8월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하는 '코로나19 진단검사관리위원회'가 각 진단키트 제조사에 'cut-off CT값'을 33.5로 권고한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cut-off CT값은 '재검 없이 확진할 수 있는 CT값 수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각 진단키트의 CT값과는 별개의 개념이었다. 정확한 검사결과 도출을 위해 재검을 권고하는 기준에 불과했다.


결국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독기준인 CT값과 관련해 외국은 40을 기준으로 삼는 반면 우리나라는 33.5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확진자 수가 적다'는 주장은 정부가 33.5로 권고한 cut-off CT값을 CT값으로 왜곡한 주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권고를 근거 삼아 마치 정부가 진단키트의 CT값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거짓 내용까지 섞어 '가짜 뉴스'를 생성했던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동료 기자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가짜 뉴스는 계속해서 진화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가짜 뉴스는 시장에서 더는 소비되지 않는다. 때문에 가짜 뉴스를 만드는 이들은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접근해 뉴스 소비자가 미처 알아채기 어려운 '디테일'을 왜곡한다. '거짓'을 꽁꽁 싸매 퍼뜨리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10배 더 공부하고 취재해 '진실을 가장한 디테일'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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