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ner maekyung

    검증내용

    Q: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이른바 신(新)베를린 선언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정전 상태인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정상' 관계를 맺는 게 평화협정입니다. 최근 한반도 대화 분위기 속에서 평화협정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북한은 남한이 평화협정 대상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남한은 평화협정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왜 나온 것인가요?

      A: 정전협정 체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6·25전쟁 군사정전협정(Military Armistice Agreement)'은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체결됐습니다. 전쟁을 공식적으로 ‘중단'한 것입니다. 당시 체결한 정전협정문에는 미국 주도 유엔군, 북한군, 중국군 어느 쪽도 새 무기나 공격 수단을 한반도에 들여놓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협정문 서문을 보면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 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협정문에는 유엔군 수석대표 미 육군 중장 윌리엄 K 해리슨, 북측 수석대표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군 원수였던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고집하며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서명 당사자 명단에 남한이 들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전시작전권을 유엔군 총사령관에게 위임한 상태였기 때문에 협정은 효력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런 이유로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들이 일차적인 주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정전협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정전 이후 유엔군을 대표한 미군을 수석대표로 상대해왔고 한국군 수석대표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우리군은 유엔군 소속이자 일원인 만큼 국제 관례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남한은 실질적인 전쟁 당사자이자 피해자였기 때문에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고 국제법상으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말하기도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질적 당사자인 남한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화협정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연합군을 편성해 작전하는 경우에는 정전협정 당사자와 평화협정 당사자가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때 서명자가 꼭 같을 필요가 없고 현 단계 평화체제를 이끌 실질적 당사자가 누구냐가 중요하다"면서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이끌 당사자인 만큼 남과 북이 서명하고 미국·중국이 보증하고 일본·러시아가 지지하고 유엔은 추인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자는 방식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심 당사국들이 모두 서명 당사자가 됨으로써 이해관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협정의 체결권자가 국가원수라는 점에서 체결권자가 군사령관인 정전협정과 다르다"면서 "국제적으로 종전협정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평화협정의 당사자와 정전협정 당사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은 전쟁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만큼 평화협정의 법적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습니다. 남한을 평화협정 실질적 당사자로서 인정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검증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