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OECD 1위?… 건강·자산 함께 따지면 달라
- 보건사회硏 보고서
소득에만 초점맞추니‘貧者’로
부동산·저축 등 종합적 판단을
‘노인빈곤율 46.7%(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노인 복지 관련 통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수치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절반 정도는 가난하다는 의미다. 진짜 그럴까? ‘상대 소득’만이 아닌 ‘다차원적 빈곤’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빈곤을 단순히 소득으로만 보지 말고, 건강이나 자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은 현금소득이 낮다고 해도 넓고 좋은 집에 주거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현금화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득만을 기준으로 빈곤율을 산정해 복지 지원을 한다면 일부만을 보고 정책을 집행하게 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윤석명, 고경표, 김성근, 강미나, 이용하, 이정우)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노인 빈곤지표는 중위 가처분소득 50%를 빈곤선으로 설정한 ‘상대소득 빈곤지표’만 적용했기 때문에 인간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 중심의 빈곤 접근은 충분한 저축이나 살기 좋은 집을 갖고 있어도 소득이 없는 자를 ‘빈자’로 단순 분류하는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에 따르면 OECD 기준 우리나라(2015년) 소득 빈곤 노인은 노인 인구 100명당 46명꼴로 나타났지만, 이 중 약 21명만이 소득과 함께 ‘주거 또는 자산’ 차원에서도 결핍을 겪고 있는 ‘다차원 빈곤자’였다.
반면, 나머지 25명은 소득에서만 결핍이 있을 뿐, 주거와 자산 차원에서는 결핍을 겪고 있지 않았다. 특히, 이들 중 66.3%는 고자산층 이상에 해당했으며, 최저 자산층은 2%에 불과했다. 건강 및 주거 측면에서도 비교적 나은 여건에서 생활하는 집단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과연 OECD 기준 소득 빈곤 노인들 모두가 정책 우선순위에 포함돼야 할 만큼 열악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며 “노인 빈곤 정책은 소득 분포만이 아닌 소득과 건강이나 자산 등 그 외 영역 간 결합분포를 바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주거 형태 중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 상대 노인 빈곤율이 노인의 실제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