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내용

    [검증 사실] 박원순 전 시장 사망했는데 '방조범' 처벌 가능할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가 벽에 부딪힌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들 방조 혐의 수사와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진상 규명을 하려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한데, 방조죄 수사 과정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수 있어서다.


    '강제추행 방조'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고발한 사건이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는 지난 7월 10일과 16일 서정협 권한대행과 전직 비서실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들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 등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잇달아 고발했다.


    ad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지난7월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주된 행위를 한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도 그 행위를 방조한 사람이 현존하는 이상 수사해서 혐의가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연 박 전 시장이 사망했음에도 강제추행 방조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까?


    [사실확인 ①] '정범' 사망해도 '방조범' 수사 가능


    박 전 시장이 사망해 직접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 건 서울시 관계자에 대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 고발 사건 수사다.


    일단 경찰은 방조 혐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되는 점들을 검토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도 지난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방조범 수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법 규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철저히 수사해 진상이 규명되도록 하겠다"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7월 23·24일 구정모·오민웅·이수연 변호사 등 법률가 3인과 형법학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법률 자문을 구했다. 법률가들은 대체로 '정범(피고소인)'이 사망하더라도 방조범 등 공범 수사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실제 방조범이 기소되거나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었다.


    구정모(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공소권 없음'은 피고소인이 사망해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지 피고소인이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행 성립을 전제로 하지만, 정범이 사망해도 방조죄 성립 여부를 확인하는 수사는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일반 사건의 경우 정범이 사망해도 수사하면 증거가 많이 나오는데 강제추행 특성상 증거가 없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정범 사망이 방조범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어서 정범이 사망하더라도 수사 가능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아래 여변) 공보이사를 맡은 이수연(큰길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피고소인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결정이 돼도 방조범은 별개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범(교사범, 방조범 등)은 정범에 종속된다는 '공범종속성' 판례를 들어, 정범이 사망해 방조범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오민웅(삼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범과 방조범을 함께 수사하고 재판을 받는 도중 정범이 사망했다면 방조범 처벌도 가능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정범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된 종속범인데 방조죄 성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방조죄는 판결문에 정범을 설시하게 돼 있어 정범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보통 정범을 수사해야 방조범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범 소재 탐지가 안 돼 수사가 안 되는 경우 방조범은 기소 중지한다"고 밝혔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사건'도 지난 2018년 군과 검찰이 함께 수사를 진행했지만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외국으로 도피해 박 전 대통령 등 주요 피의자들이 기소 중지된 상태다.


    형법학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4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방조범은 정범(박원순 전 시장)을 전제한 공범의 형태여서 정범이 성립해야 하고 그 정범의 위법한 행위가 확인, 확정되어야 한다"면서 "소송법적으로 정범의 공소사실이 있어야 그 공소사실에 대해 방조의 공소사실이 특정될 수 있으므로 정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어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태훈 교수가 제시한 판례는 아래와 같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약사법위반방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1도5158, 판결]

    "약사법위반죄의 방조범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정범의 범죄사실이 전혀 특정되지 않아 방조범에 대한 공소사실 역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정범의 판매목적의 의약품 취득범행과 대향범관계에 있는 정범에 대한 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하여는 형법총칙상 공범이나 방조범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어 정범의 범행에 대한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사기방조 [대법원 1970. 3. 10., 선고, 69도2492, 판결]

    "사기방조죄는 정범인 본범의 사기 또는 사기미수의 증명이 없으면 사기방조죄도 그 증명이 없음에 돌아간다."

     


    하 교수는 "법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했으므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야 하고, 따라서 정범의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아서 기소할 수 없고 기소하지 못하면 방조범의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고 혹시 기소하더라도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구정모 변호사도 "정범이 죽어도 방조범 처벌이 법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강제추행의 경우 적극적인 작위 방조를 처벌한 사례는 있어도, 부작위 방조를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수연 변호사는 "피의자가 사망하면 일반적인 사건은 종결하지만 이 사건은 중요해서 처벌은 어렵더라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진상조사단 절차도 가능하지만 강제수사권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려면 수사기관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피해자 주장대로 긴 시간 묵인하고 방조했다면 사실 확인이 가능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여변은 지난 19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성명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검증 결과] '방조범' 수사 가능, 박 전 시장 혐의 입증 안 되면 처벌 가능성 낮아 


    <오마이뉴스>에서 법률 자문한 변호사들과 형법학자 의견을 종합하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처리돼도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다. 다만 '방조범'은 정범(박 전 시장)에 종속된다는 '공범종속성'에 입각한 대법원 판례를 볼 때, 박 전 시장 범죄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조범이 기소돼 처벌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박 전 시장 사망했지만 방조범 수사가 가능하다는 김재련 변호사 발언은 사실이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다.


    검증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