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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2011년 영국에서 기업살인법 위반 혐의로 첫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의 말이라고 한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08년 발생했다. 지질환경 측정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시험광구에서 샘플을 채취하다 웅덩이에 빠져 사망한 것이다. 해당 기업은 기업살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38만5000파운드(약 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회사 연매출의 250%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 사례는 국내 언론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기업살인법의 '상한 없는 벌금'의 효용성과 함께.  기업이 망할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때문에 기업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기업살인법에 의한 처벌, 정말로 회사를 망하게 할 만큼 절대적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  

    최종 등록 : 2020.02.25 23:51

    검증내용

    [검증 방식] 


    해외 언론보도 및 영국 정부 자료, 현지 취재 등


    [검증 내용] 


    <기업살인법 유죄 선고 받은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영국 기업살인법에 따르면 위법 요건이 충족되는 기업에 대해 구제 명령(remedial orders), 위반 사실의 공표 명령(publicity orders), 벌금(fine)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상한 없는 벌금’은 법령에 나오는 표현은 아니다. 정확히는 벌금 상한선을 따로 제시하지 않을 뿐이다. 이 때문에 기업살인법에 의한 벌금 액수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기업살인법이 모든 과실 기업에게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시사저널은 기업살인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해당 법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모든 기업 26곳의 존속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42%인 11곳은 아직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영업 중인 11곳 가운데 6곳은 연 매출이 650만 파운드에 못 미치거나 총 자산이 326만 파운드가 안 되는 기업이었다. 혹은 둘 중 하나를 충족하더라도 평균 직원 수가 50명 이하였다. 영국 정부 기업회계지침상 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기업살인법으로 철퇴를 맞고도 살아남은 셈이다.


    오히려 꾸준히 잘 나가는 기업도 있다. 중기업으로 분류된 거중기 임대업체 볼드윈스 크레인은 2015년 11월 벌금 90만 파운드(약 14억원)를 선고받았다. 기업살인법 처벌 사례 중 두 번째로 큰 액수다. 이 기업의 2018년 매출은 2015년보다 112만 파운드(약 17억원) 올랐다.


    시사저널은 영국 방문 전 볼드윈스 크레인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업체 홍보 담당자 데비 머레이는 "책임자에게 전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결국 약속을 잡지 못하고 지난해 12월3일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볼드윈스 크레인 런던 지사를 찾았다. 현관 앞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격양된 어조로 "머레이는 자리에 없다"며 취재진을 돌려세웠다.


    2019년 12월3일(현지시간) 영국 거중기 임대업체 볼드윈스 크레인의 런던 지사를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 시사저널 오종탁 


    한편 국내 언론에서 기업살인법 벌금의 위력을 상징하는 사례로 여겨지는 판례가 있다. 2011년 2월 근로자 사망사고로 처벌 받은 영국 토목회사 코츠월드 지오테크니컬이다. 이곳은 기업살인법 유죄 선고를 받은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회사에 매겨진 벌금은 38만5000파운드(당시 한화 6억 7300만원)로, 연 매출의 250%에 해당했다고 한다. 다만 이 회사는 연 매출이 3억원도 안 되는 소기업이었다.


    <’벌금 47억원’ 선고 받았다는 기업의 실체는?>


    일부 외신은 기업살인법 벌금에 대해 과장된 기사를 흘리기도 했다. 2014년 영국 건설업체 마티니제이션(Martinisation)에서 일하던 근로자 2명이 가구 배송 중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회사는 기업살인법 등으로 기소됐고 2017년 5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기업살인법 위반에 따른 벌금이 240만 파운드”라고 보도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한 벌금을 모두 합하면 305만 파운드, 한화로 47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부과된 총 벌금은 120만 파운드(18억4000만원)라고 빅토리아 로퍼 영국 노섬브리아대 로스쿨 부교수는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로퍼 부교수는 2018년 3월 논문에서 “각 혐의에 대한 선고가 한번에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퍼 교수는 지난해 12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2007년 기업살인법 제정 당시엔 높은 벌금에 대한 일각의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도입 이후 실제로 부과된 사례를 되짚어보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기업살인법이 ‘상한 없는 벌금’ 조항을 신설했나?>


    아울러 '상한 없는 벌금' 조항은 이미 1974년 제정된 영국 보건안전법(HSWA)에도 포함돼 있다. 40년 넘게 법적 억제력이 이어져 온 셈이다. 벌금만이 아니다. HSWA에 따라 영국 보건안전청(HSE) 안전감독관은 본인의 수고비를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장 조사와 보고서 작성에 걸린 시간에 대해 '시간제 보수'(time charge)를 매기는 것이다. 그 액수는 시간당 125파운드(약 18만원)에 이른다.


    영국 산재 전문 변호사 조너선 그림스는 "기업살인법은 '기업이 근로자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이것만 바라보고 영국의 산업 안전 체계를 따라 하려는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기업살인법의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정작 대기업은 법망에서 비켜서 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조사 결과, 기업살인법 유죄 선고를 받은 기업 26곳 중 선고 직전 해에 중견기업 이상으로 분류된 곳은 항공부품업체 CAV에어로스페이스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오도허티 전 영국검찰청(CPS) 검사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조직이 복잡다단해 특정 사고 책임을 회사 전체에 묻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기업살인법에 따른 벌금에 상한선이 없다 해도, 실제 법 적용 과정에서 매번 무제한의 벌금이 매겨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2011년 기업살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파산한 지질환경 측정회사는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소기업이었다. 일각의 사례를 근거로 일반화하는 건 성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검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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