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내용

    2005년 독일의 노동개혁 
    인구 8250만 명의 독일은 2003년 △고령화 사회를 촉진하는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실업인구가 400만 명을 웃돌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제자리에 맴돌아 사회보장체계가 붕괴 조짐마저 보이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를 토대로, 폭스바겐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Hartz)는 ‘노동시장에서 현대적인 서비스’라는 이름의 개혁 위원회를 이끌고 노동시장 정책 부문의 개혁안을 내놨다.
    핵심은 ‘노동의 유연화’와 ‘실업부조와 사회부조의 통합’이었다.
    파트타임 일자리인 ‘미니잡(mini job)’을 확대하려고 단기직·파견직 규정 법규를 개편하고 고용보호법(해고 보호장치)도 완화했다. 또 최종 순소득의 53%까지 무기한 제공되던 실업부조를 폐지하고, 사회보장체계에 ‘실업수당’이 새로 도입됐다.

    고령자의 실업수당도 최대 32개월에서 18개월로 축소했다. 고령화의 비용을 모두 청년층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의 반영이었다. 그렸더니, 고령자들이 ‘실업수당’을 받고 조기 은퇴하느니, 기존 직업을 더 오래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르츠 개혁’의 결과, 90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05년 2월 530만 명, 실업률 11.3%에 달했던 독일의 실업자 수는 이후 급격히 낮아졌고, 2013년 300만 명 이하(실업률 5.3%)로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찬사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하르츠 개혁을 이끈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베이징에서 만난 자리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르츠 개혁이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8월에도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 높은 복지 비용이라는 삼중고(三重苦)로 ‘유럽의 병자’라 불리던 독일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 즈음 국내에선 ‘하르츠개혁’이 언론과 기업·노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 적용할 수 있을까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전통적으로 잘 지켜져 왔다. 그럼에도, 하르츠 개혁으로 시간제 일자리(미니잡)와 파견노동자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독일 노동자의 삶은 크게 불안해졌다. 이 탓에, 2015년 정부 주도로 ‘재개혁(re-reform)’이 추진됐다.

    이미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노동시장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더 큰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요르그 미하엘 도스탈 교수는 2015년 9월 본지 인터뷰에서 “하르츠개혁은 실업급여와 연금제도를 손봐, 실업급여의 수급 기간을 단축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미니잡을 만들어 탄력적 저임금 일자리를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니잡은 연금수령 할머니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찾는 ‘소일거리’로는 유용하지만, 사회 진출 초년병이 반길 일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과 독일은 또 여러 면에서 다르다. 독일 노조는 기업 운영에 대한 공동 책임 의식과 사회적 책임 의식이 높고, 한국의 사회 안전망은 독일에 비해 매우 부실하다. 

    도스탈 교수는 또 △한국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대기업·대기업노조와는 달리 직업교육·복지·노사협상에서 소외되고 △사회보장제도가 아직 부족하고 △독일에선 초등학교 졸업 때 진로가 갈리는 교육 내용을 고려할 때 “하르츠개혁은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평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 실업률이 뚝 떨어진 것은 맞는다. 사회보장제의 수준과 노동 관련 의식이 독일과 많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추가적인 사회적 불안 없이 이런 개혁이 적용될 수 있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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