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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출처 : 4월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

  • 정치인(공직자)의 발언
  • 정치, 경제
보충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발언한 내용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제가 부진한 이유를 외부 요인으로 돌린 것인데 너무 안이한 현실 인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액 등 거시지표들의 안정적인 관리를 근거로 삼았지만, 고용 참사에 이어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보인 수출, 설비투자 부진, 소득분배 악화 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보면서 희망적 사고에 젖어 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국은행, 통계청을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성장률, 산업활동동향, 가계동향조사,  외환시장 변동 등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경제지표를 분석하고 통계가 낳은 오류와 착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최종 등록 : 2019.05.03 17:09

    수정이유: 바이라인 삭제

    검증내용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용할까 궁리한다(Figures don’t lie, but liars figure).”  


    미국 통계학자 캐럴 라이트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경제가 부진한 이유를 외부 요인으로 돌린 것인데 너무 안이한 현실 인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액 등 거시지표들의 안정적인 관리를 근거로 삼았지만, 고용 참사에 이어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보인 수출, 설비투자 부진, 소득분배 악화 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보면서 희망적 사고에 젖어 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국은행, 통계청을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성장률, 산업활동동향, 가계동향조사,  외환시장 변동 등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경제지표를 분석하고 통계가 낳은 오류와 착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1. 3월 산업생산동향 지표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동시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월에 ‘트리플(삼중) 하락’을 보였던 지표들이 깜짝 반등한 것이다.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1%, 설비투자는 10.0%, 소비는 3.3% 상승했다. 우선 기저효과가 컸다. 비교 대상인 2월 지표가 워낙 나빴기에 3월 증가 폭이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일시적 ‘호재’가 있었다.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로 2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배경에는 신형 스마트폰 출시, 5세대(5G) 서비스 세계 최초 개통 등이 있다. 무려 7년 3개월 만에 증가 폭(8.9%)이 가장 컸던 건설 기성 지표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착공으로 공사 실적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광공업 생산도 비슷하다. 신형 스마트폰에 반도체가 많이 탑재되면서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이런 탓에 3월의 ‘트리플 반등’이 꺾이는 경기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2. 2분기 경기 반등 예상 

    정부는 경기 반등 시점을 올해 2분기로 예상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과 투자설비 지표들은 단기간 개선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낙관적 경기 개선 기대감과 상반된다. 올해 1분기 주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9%로 전 분기에 비해 1.9% 낮아졌다. 2009년 1분기(66.5%) 후 최저치다. 제조업 출하는 전 분기보다 2.0% 줄어 2009년 1분기(-3.8%) 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반도체 출하도 같은 기간 5.3% 줄면서 2008년 4분기(-28.4%) 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가동률은 생산량이 늘면 올라간다. 하지만 공장 기계나 설비 등 생산능력이 축소되면 생산이 늘지 않거나 소폭 줄어도 가동률이 개선될 수 있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줄었음에도 가동률이 추락한 것은 그만큼 생산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5.4%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돼온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진 것이다.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어렵다.


    3. 경기동행·선행지수 악화 

    산업활동동향의 주요 지표인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소비는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3개의 축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올해 3월 산업활동동향은 분기 기준으로 하락 추세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3~6개월 내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반 하락 중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2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떨어지며 10개월째 하향 곡선을 그렸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을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는 근거 중 하나로 보고 이후 경기 전환점(정점~저점)을 설정해왔다. 통계청은 경기가 2017년 2분기께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으로 전환했음을 올 상반기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4. 대통령 왜 2분기 낙관? 

    한국은행이 최근 우리 경제가 올 1분기 마이너스(-) 0.3% 성장했다고 발표하자 금융시장은 이를 ‘쇼크’로 받아들였다. 주요 글로벌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1분기 역성장은 투자와 소비는 물론, 수출까지 흔들린 탓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 예산 투입으로 버텼으나 올 1분기엔 정부의 기여도가 크게 떨어졌다. 즉 정부의 예산 투입이 줄어들자 우리 경제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1분기엔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했던 게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5분기 내 최저치가 된 수출은 전통적 강세 업종의 부진에 이어 지난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 가격 단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며 “경제성장률도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 밝혀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 1분기에 정부 예산 투입이 줄어들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만큼 다시 재정 기여도가 커질 2분기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한국 경제가 낙관적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여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 과장은 “분기별 경기 지표 추세가 여전히 내림세를 보여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5.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1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 24일부터 30일까지 5거래일 동안 원·달러는 달러당 1141.8원에서 1168.2원으로 26.4원(2.3%) 뛰어올라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중 9원 이상 급등한 날이 3일에 달했다. ‘성장 쇼크’가 환율시장에 미치는 단기 충격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수출에 영향을 주고, 결국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꾸로 경제성장률 자체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았고, 연중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달러 매수가 크게 자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찌 됐든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6. 체감물가와 통계 차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로 4개월 연속 0%대였다. 통계상으로는 ‘낮은 물가’ 상태가 지속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와 괴리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낮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 산출에서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높은 유가가 하락한 데 따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채소값 역시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지만, 이는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뒤 하락한 것이어서 여전히 소비자들이 ‘물가가 싸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서 조사한 생활필수품 38개 중 21개 품목의 1분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이 중 세탁세제 11%, 어묵 9.7%, 과자 8.1% 등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 채소값이 폭등하고 쌀값이 30%대로 크게 올랐던 여파로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에는 삼겹살 가격이 오르고 소주 가격도 5월부터 인상되는 등 체감물가는 결코 낮지 않은 상황이다.  


    7. 한은 기준금리 기조는 

     현재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주된 고려 요소는 물가보다는 성장률과 금융 안정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충격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중앙은행 등 경기가 부진한 해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환율은 약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의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 금리)는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2분기부터는 경제성장률이 나아지고 물가상승률도 하반기에 1%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님을 시사했다. 


    8. OECD 성장률 차이 이유 

    정부·여당은 지난 3월에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리 낮은 게 아니며 미국에 이어 2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30-50클럽’을 대상으로 매긴 순위라는 단서를 달았다. 30-50클럽은 인구 5000만 명 이상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 다른 나라의 30-50클럽 가입 시기는 19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다. 한국은 지난해에 처음 조건을 충족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 20년 정도 돼 저성장이 고착된 국가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공식 집계를 마치고 발표된 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성장률 2.7%로 36개 회원국 중 18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18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순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11위였던 성장률 순위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위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8위까지 추락했다.


    9. 분배와 ‘소주성’ 관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경제 분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저(低)소득층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면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2018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16.4% 올렸고, 올해 최저임금도 10.9% 인상했다. 그런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커지기는커녕 급감했고, 고용 불황으로 특히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전년 동기 대비)은 최저임금이 급등한 지난해 1분기 -8.0%, 2분기 -7.6%, 3분기 -7.0%, 4분기 -17.7%의 참혹한 성적표를 거뒀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도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조만간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0. 정부 대응 논쟁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명분은 일자리 창출(2017년 일자리 추경 약 11조 원, 2018년 청년 일자리 추경 약 3조8000억 원)과 미세먼지 및 민생 안정(올해 정부 안 기준 6조7000억 원) 등이었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면서 내놓은 정책이 대부분 국민 세금을 쓰는 재정 정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재정 정책(조세 정책 포함)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세금주도성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악화한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재정(국민 세금)을 퍼붓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는 국가채무가 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재정을 확장적으로 집행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 “재정 건전성이 OECD 가입국 중에서 좋은 편인 게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일자리와 복지를 늘린다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다가는 재정이 파탄 난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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