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재원 조달 방안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열린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도 유승민 후보는 "200조 원을 어느 세금을 어떻게 올려서 마련하겠다라는 걸 얘기하지 않으면, 200조 원이 소요되는 공약들이 지킬 수 없는 공약이 되어버립니다"라며 안 후보에게 재원조달 방안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에서 안 후보는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공평과세하고 나머지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증세해야 됩니다"고 대답했다. 안 후보는 재원조달의 원칙을 밝혔을 뿐, 유 후보가 요구한 증세 대상 세목과 세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날 한국세무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조세공약 토론회에서도 안 후보 측은 공식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안 후보 측을 대표해 참석한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 감면 축소,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주택임대소득 즉시 과세, 법인세 감면 축소 등의 방향을 소개했지만 "확정된 공약이 아니라 개인 견해"라며 변경할 여지를 남겼다. 또 법인세 등 일부 항목은 세수 추계액을 밝히지 않아, 이날 발제 자료로는 공약을 지키기 위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지 판단이 불가능하다.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린 선거공약서에 공약 이행을 위한 소요 예산을 연간 40조 9천 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원조달방안은 여전히 세부항목없이 두루뭉술하게 제시했다.
구체적 재원 계획 없는 공약은 '지킬 수 없는 공수표'라고 시민단체는 지적해왔다. 총 공약과 우선순위를 공약집에 제시해야 후보가 상황에 따라 공약을 뒤집는 일을 막을 수 있고, 공약별 소요 재원과 조달 방안을 명시해야 유권자가 투표 전에 공약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주요 대선 후보에게 공식선거운동 개시 전 총 공약과 재원의 대차대조표 등을 밝히라며 공개 질의서를 보냈고, 지난 달 24일 홈페이지에 후보별 답변서를 공개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소요과 조달 방안을 대차대조표로 제출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뿐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공약 이행을 위해 연간 110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조세개혁을 통해 70조 원, 사회보험 인상과 연금투자로 20조 3천억 원, 재정개혁을 통해 11조 7천억 원 등을 충당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각 항목에 해당하는 개편 대상 세목과 세율, 이를 통해 조달할 세수 규모 추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1차 답변시일을 넘긴 지난 달 18일에 대차대조표를 제외한 일부 답변서를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냈다. 안철수 후보는 2차 답변 시일까지 넘겨 가장 늦게 답변서를 제출했고, 대차대조표도 내지 않았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안 후보 측의 대선공약집과 대차대조표 준비가 늦어지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팩트체크 결과
안철수 후보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여러 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공약서와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안 후보의 200조원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 개편 대상인 세목과 세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