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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은 8월 22일, 27일, 28일, 9월 4일에 걸쳐 방송에서 엘리엇 중재신청서에 대한 한국정부의 답변서에 의혹을 제기했다. 엘리엇과의 8천억 소송(중재)에서 이기기 위해 법무부가 정형식 판사의 이재용 항소심 판결만 인용해 삼성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근거해 한 국민이 법무부 진상조사와 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고 9월 11일 현재 9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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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등록 : 2018.09.11 15:26

    검증내용

    8월 22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엘리엇과의 소송에 제출된 법무부 답변서 관련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와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9월 10일 현재 8만6천여명의 사람들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청원에는 ▲법무무 답변서가 이재용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정형식 판사의 판결만 차용 ▲이재용 부회장을 변호했던 태평양 소속 변호사가 법무부에 특채되어 답변서 작성에 관여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법무부 답변서를 활용할 가능성(이재용 면죄부 값이 8천억원) ▲엘리엇이 8천억원 손해를 스스로 입증하게 해야하는데 법무무가 비정상적 대응을 한 것 등 4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청원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는 8월 22일자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의혹제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민 수만명이 청원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사라면 팩트체크를 할 필요성이 있다. 김어준의 의혹제기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을까?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언론인 김어준의 의혹제기 내용을 살펴보자. 김어준은 8월 22일27일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의 인터뷰, 8월 28일 노영희 변호사 인터뷰, 9월 4일 이정원 변호사와 인터뷰했으며, 팟캐스트 <다스 뵈이다>에서도 의혹을 제기했다(김어준-주진우 인터뷰 전문 기사 하단에 게재).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엘리엇의 중재통보서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서 내용을 살펴본다.


    미국의 사모펀드 엘리엇은 7월 12일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한 중재통보 청구서면(이하 엘리엇 서면)을 정부에 전달했다(법무부 7월 26일 공개). 엘리엇 서면에는 청구 경위, 청구 자격 여부, 한국 정부의 한미 FTA 의무 위반, 향후 절차 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중 엘리엇 주장의 핵심은 청구 경위에 담겨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불법 개입으로 인한 엘리엇 피해 발생'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엘리엇은 총 10단계에 걸쳐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불법 개입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언론보도 53건, 법원 판결 4건)를 증거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한달 뒤인 8월 13일 엘리엇 서면에 대한 답변서(이하 정부 답변서)를 제출했고 8월 17일 국민에게 공개했다. 우선 정부의 답변 시기에 대한 의혹을 살펴보자. 김어준은 9월 4일 방송에서 "(박근혜) 2심 직전에 (답변서를) 낼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이정원 변호사는 "맞습니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중재규칙에 따르면 청구인(엘리엇)이 중재통보를 하면 피청구인(한국)은 한달 안에 답변을 해야 한다. 7월 12일 서면을 받았기 때문에 8월 13일이 답변 마감시한이었다. 김어준과 이정원은 이런 사실관계도 알아보지 않고 정부가 서둘러 답변서를 제출해 박근혜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엘리엇 서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전략을 폈는지 살펴보고 김어준이 제기한 의혹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해보자. 우선 정부는 이 답변서가 엘리엇 주장에 대한 최종 반박서면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4페이지), 엘리엇측이 추후 피해를 입었다는 논리와 증거를 바꿨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이와 관련 모든 권리를 유보합니다"란 표현이 수차례 등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1. 이재용에게 유리한 정형식 판결만 인용? 민사판결이 대부분이다

    김어준의 첫번째 주장은 법무부(정부) 답변서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준 정형식 판사 판결만 차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답변서에서 주로 인용한 것은 민사판결이다. 정부는 과거 엘리엇이 삼성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민사소송 결과를 인용해 엘리엇측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밝히고 있다. 답변서가 인용한 민사 판결은 다음과 같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나 2015년 7월 1일 법원은 이를 기각(2015 카합 80582)했다. 2주 뒤 항소심(2015 라 20485)에서도 엘리엇의 주장은 기각된다. 엘리엇은 항소심 기각결정에 재항고 했으나 2016년 3월 23일 이를 취하(대법원 2015 마 4216)했다.


    엘리엇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은 합병시 책정된 삼성물산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소송을 제기(1심은 삼성측 승리)했고 이에 대한 항소심[2016라 20189, 20190(병합), 20192(병합)] 결과 삼성물산 주가는 최초 주당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으로 변경됐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 대해서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원고패소 판결(2016 가합 510827)을 내리고 합병이 적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2017 나 2066757)에서 진행중이다. 이처럼 민사소송과 언론보도, 관련 법을 반박 증거로 제시한 것이 1~22페이지까지 이어진다. 표지를 제외하고 총 33페이지 중 3분의 2는 민사소송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형사사건으로 인용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2017 고합 36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2017 노 2556), 문형표ㆍ홍완선 2심(2017 노 1886)이다. 박근혜 1심과 이재용 2심은 삼성측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그런데 정부 답변서에는 박근혜 항소심(2018 노 1087)도 언급되고 있다. 박근혜 항소심은 삼성측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답변서에서 주장하는 것은 "현재 이 형사사건들이 상소되어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계속 중"(25페이지)이며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형사판결을 언급한 것은 전체 33페이지 중 4페이지(23~26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김어준은 9월 4일 방송에서 "답변서 절반 이상이 그 내용(정형식 판결)"이라고 말했고 이정원 변호사는 "그러니까 이해하기 어렵죠"라고 맞장구를 쳤다. 실제 인용된 정형식 판결은 극히 일부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는 선택적 노출 혹은 선택적 지각이 작동한 것이다.


    정부 답변서는 "실제로 청구인(엘리엇)이 언급을 회피한 한국 민사 법원들은 두 건의 민사판결 및 결정에서 이건 합병 및 그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에는 합당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고,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주가에 개입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건 합병의 적법성을 인정하였다"(26페이지)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전략은 엘리엇이 2015년 당시 삼성물산 합병을 막기 위해 제기했다가 패소한 민사판결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다. 형사판결은 최종적이 아닌데다 오락가락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김어준은 왜 20페이지가 넘는 민사판결에 대한 설명은 건너 뛰고 4페이지에 불과한 형사판결, 그 중에서도 이재용 2심에만 주목하고 있나.


    2. 태평양 변호사가 법무부에 특채되어 답변서 작성? 법무법인 광장이 했다

    이재용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의 변호사가 지난 4월 법무부에 특채된 것은 사실이다. 태평양은 한국의 거대 로펌 중 하나로 소속 변호사만 500명(국내 400명, 해외 100명)에 달한다. 500명 중 한 명이 법무부에 채용된 것이 이상한 일일까? 태평양 소속이기 때문에 채용에서 떨어뜨리다면 이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된다.


    김어준의 의혹제기가 있자 법무부는 해명자료를 냈다. 정부는 해명자료에서 "경력경쟁채용시험은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8년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인사혁신처에서 실시하는 역량평가 절차를 통과하여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제법무과장에 특채된 한창완(사법연수원 35기)은 태평양에서 통상분쟁 등을 담당하는 국제중재팀에서 활동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군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 등 도서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을 때 군법무관 4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답변서를 작성한 주체(5페이지)는 싱가포르에 있는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린저와 법무법인 광장이다. 물론 법무부에서 최종 감수를 했겠지만, 기본적인 전략은 이들 법무법인에서 세운 것이다. 설령 한창완 과장이 향후 재판에서 이재용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답변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음모론을 받아들이더라도, 이게 가능하려면 장관 포함 법무부 결재라인이 전부 삼성을 위해 공모했어야 한다. 김어준과 주진우는 다른 증거제시도 없이 한창완 과장의 전 소속이 태평양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3. 향후 이재용이 재판에서 답변서를 활용? 엘리엇 소송과 이재용 재판은 양립불가 아니다

    김어준 측은 '이재용 면죄부값이 8천억원'이라는 논리를 대며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소송(정확히는 중재지만 편의상 소송으로 쓴다)에서 승리할 경우, 이재용을 단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이 이런 우려를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자칭 '삼성 전문기자' 주진우와 언론인 김어준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 답변서는 민사소송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고 형사소송은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재용측이 대법원 재판에서 정부 답변서를 증거로 채택할 경우 대법원이 인정할까? 답변서 내용은 단순히 이전 판결을 쭉 나열한 것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고 증거자료도 될 수 없다. 오히려 박근혜ㆍ이재용의 대법원 판결이 난 후에 엘리엇과 한국 정부가 유불리에 따라 그 내용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어준의 주장은 '꼬리가 개를 흔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최종 반박서면(Statement of Defence)은 대법원 결과를 보고 작성될 것이고, 만약 대법원이 이재용ㆍ박근혜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 결과와 함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할 것이다. 반면 대법원이 두 사람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면, 엘리엇 측에서 국민연금의 불법 개입 증거자료로 이를 채택할 것이고, 이에 대응해 정부는 손해배상액 자체가 근거가 없음(27페이지)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이다.


    즉, 대법원 판결이 엘리엇-한국 소송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 엘리엇ㆍ한국의 서면과 답변서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이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이재용이 반드시 무죄로 풀려난다는 의미도 아니다. 두 사건은 상호의존적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건이다.



    4. 엘리엇이 8천억원 손해를 입증하게 해야하는데 법무무가 방관? 반박문은 시종일관 엘리엇 주장이 입증안됐음을 지적한다
     

    김어준ㆍ주진우의 가장 황당한 지적이다. 이들이 답변서를 제대로 읽어봤는지조차 의문이다. 정부 답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엘리엇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아래는 답변서의 주요 진술이다.


    청구인의 주장은 이를(8천억 손해) 뒷받침할 증인 또는 전문가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청구인은 합병에 관한 여러가지 사실적, 법률적 주장을 제기하며 그 근거로서 마구잡이로 수집한 그리고 전혀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언론보도 그리고 현재 상소심에 계속 중인 한국 법원에서의 몇몇 형사소송 사건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페이지)

    청구인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민사 법원들은 이 사건 합병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그 합병에 정당한 경영상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고, 또한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페이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그 자체만으로는 합병을 통과시키기에 충분하지 아니하였는 바, 청구인은 한국이 국민연금 이외의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유도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입증은 커녕 주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3페이지)

    청구인은 위 UNCITRAL 규칙에 따른 요건, 즉 "청구서면은 가능한 한 청구인이 인용하는 모든 서류 기타 증거들과 함께 제출되거나, 그러나 증거들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요구되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중재통보와 청구서면에서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4페이지)

    청구인의 주장은 거의 대부분 언론보도(53건)와 한국의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4건)에 기초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들의 대부분은 대법원에 계속 중입니다. (7페이지)

    한국은 청구인이 중재통보 및 청구서면에서 주장한 어떠한 사실적, 법률적 주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8페이지)

    청구인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삼성물산에 투자하였다는 증거는 물론이고, 그 기간의 특정 시점에 청구인이 주장하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10페이지)

    청구인은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지분을 종전 지분의 50% 가까이 늘렸는바, 이는 합병의 승인 여부 및 그로 인한 투자 손익-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을 감수한 것입니다 (13페이지)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청구인의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청구인이 유지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6개월간 계속하여 0.025%를 보유해야 하는데 청구인은 2015년 2월 2일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했기 때문에 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14페이지)

    합병안에 반대했던 삼성물산의 주주로는 청구인 외에도 일성신약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종종 같은 한국 주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7페이지ㆍ엘리엇은 미국 자본이어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며 한미 FTA 위반이라고 주장하는데 정부는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측은 한국 주주도 있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답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청구인과 삼성물산은 위 관련 분쟁을 합의에 의하여 종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 합의의 조건은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은 적절한 시기에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합의 및 합의의 조건에 관한 모든 정부를 공개하도록 문서 제출 요청을 할 것입니다. (18페이지)

    청구인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여부는 고사하고- 국제법의 위반을 확인해주는 사실적 증거가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이나 서면 증거를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6페이지)

    청구인이 입은 손해액이 최소 미화 7.7억달러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의 판단에 관한 증거도 없습니다 (27페이지)


    위의 증거를 종합할 때 김어준이 방송에서 주장한 의혹(법무부가 삼성편을 든다)은 근거가 부족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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