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잴러 효과(Zaller Effect)와 친숙성 효과(Familiarity Effect)

팩트 체크 효과를 높이려면...



  2017년 7월 3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자 1092명을 대상으로 한 팩트체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선 당시 후보들에 대해 제기되었던 의혹 관련 팩트체크 기사를 보고 난 후, 입장이 변화한 응답자는 전체의 40%였는데 정치성향별로 봤을 때 ‘진보나 보수에 조금 가까운 중도’가 45%로 가장 많았다. 반면, ‘순수 중도’는 19%, ‘대체로 진보나 보수’는 26%, ‘분명한 진보나 보수’는 10%만이 태도가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정치성향이 전혀 없거나 강한 사람보다 중도층이 팩트체크 기사에 의한 설득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존 잴러(John Zaller)의 잴러 효과(Zaller Effect)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대선 후보 의혹제기 내용에 대한 입장 변화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3권 7호(2017), '팩트체크를 체크한다')



  대중 여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꼽히는 1992년 저서, 'The Nature and Origins of Mass Opinion'에서 잴러(Zaller)는 개인이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검증하고, 여론 조사가 갖는 함의를 제시한다. 정치 문제에 있어서 대중의 의견은 엘리트의 담론에 노출되는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개인 간의 정치적 성향에 있어서의 차이는 이와 같은 엘리트의 담론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 개인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Zaller, 1992). 유권자들이 하나의 선호 즉, 정책적 선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화된 믿음 체계를 갖고 있다는 관념을 부정함으로써, 그의 저서는 여론 조사의 유용성에 도전하며, 또한 그의 이러한 주장은 RAS 모델(Receive-Accept-Sample model)에 의해 효과적으로 요약된다(Zaller, 1992).


  먼저, 잴러는 정보의 노출(reception)과 정보의 수용(acceptance)을 구분한다. 정치지식 수준과 인지능력이 높은 유권자들일수록 정보에 대한 관심 또한 높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에 많이 노출(reception)되지만, 이들은 기존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acceptance)는 것이다(Zaller, 1992). 예를 들어, 일상에서도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 많거나 믿음이 견고할수록 새로운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정보 수준이 낮고 인지 능력 또한 낮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정치문제에 관심이 적기 때문에, 선거 정보에 노출(reception)될 가능성은 낮지만, 자신의 견해와 대립되는 것일지라도 이를 수용(acceptance)할 가능성은 높다(Zaller, 1992). 잴러는 특히, 중간 수준의 정치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중간 수준의 정보 노출이 이루어졌을 때 태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한다(Zaller, 1992). 오히려 높은 수준의 정치지식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확고한 입장이 있어서 언론이나 정치 엘리트의 담론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앞서 살펴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19대 대선 관련 설문조사에서 ‘진보나 보수에 조금 가까운 중도’층이 팩트체크 기사를 접한 후 가장 태도 변화가 컸던 결과를 이해해볼 수 있다.

  


          [그림 2] Zaller의  'The Nature and Origins of Mass Opinion' 표지. 대중 여론에 관한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RAS 모델(Receive-Accept-Sample model) 중, 노출(Receive), 수용(Accept) 외에 기억(Sample)에 관한 설명에서 잴러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응답자들이 자신의 진정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들었거나 그저 그 순간 중요하다고 ‘기억’하는 이슈에 따라 응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Zaller, 1992). 이를 바탕으로 여론조사는 대중의 의견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며 여론조사에 반영된 의견은 정치 엘리트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하는데(Zaller, 1992), RAS 모델의 기억(Sample) 요인은 팩트체크와 관련한 또 다른 중요 효과인 친숙성 효과(Familiarity Effect)와도 연결된다.

  

  친숙성 효과(Familiarity Effect 또는 Fluency Heuristic)는 사람이 모든 내용을 항상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자주 접하는 것일수록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난 5월 30일, 미국의 팩트체크 기관 Poynter에는 이와 관련해 ‘반복이 거짓을 부추긴다. 그러나 동시에 팩트체커들을 도울 수도 있다(Repetition boosts lies — but could help fact-checkers, too)’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의 심리학자들이 실험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면서, 친숙성 효과와 관련한 수정(correction) 효과와 그 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수정(correction)이란 사람들의 근거 없는 믿음(myth)을 정정(訂正)하는 것을 뜻하며, 실험의 변인은 참가자들의 ‘나이’, 그리고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는 수정본(corrective materials)이 ‘얼마나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는지’를 포함한다. 연구 결과, 수정본의 설명이 더 자세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며, 65세 이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정된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이라고 잘못 기억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정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 잘못된 것임을 즉각 알려주었을 때보다 사실(fact)에 대해 자세하고 확실하게 설명해준 이후에 수정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Poynter에 따르면, 이 연구를 바탕으로 팩트체크에 대해 아래와 같은 실제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림 3]  Familiarity Effect에 관한 Poynter 기사 헤드라인 



  첫 번째로, 자세한 팩트체크가 보다 효과적이다. 기사의 헤드라인이나 서 너 줄짜리 트위터만으로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에 효과적이지 않다. 두 번째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잘못된 소문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회귀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fact)에 대한 언급, 잘못된 믿음에 대한 수정(correction)을 반복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더 친숙하도록 잘못된 사실을 자주 바로잡아야 대중의 기저에 깔린 근거 없는 믿음이 인식의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설명한 잴러의 RAS 모델을 떠올려봤을 때, 팩트체킹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은 중도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정치 지식이 중간 정도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팩트체크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서 너무 어려운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기보다는 정치지식이 중간 정도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수준에 맞추어 설명하고 특정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는 점 또한 생각해볼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맞물리며,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진지 오래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생활 전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가짜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도 늘 팩트체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한국에 갓 도입된 팩트체크 문화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심과 손길을 쏟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저널리즘과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달라질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Poynter 기사에 따르면, 팩트체크는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을 수정하는 효과까지는 보였지만 ‘행동’을 직접적으로 교정하는 (예를 들어,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뽑느냐 하는) 경향성까지 바꾸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팩트체크를 생산하는 언론인, 소비하는 대중과 더불어 학계의 노력까지 더해져 이와 관련한 가치 있는 연구들이 널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안윤아 (SNU 팩트체크센터 모니터 요원)




참고문헌:


1) Zaller, J.(1992). The Nature and Origins of Mass Opinion.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Mantzarlis, A.(2017,05,30). Repetition boosts lies — but could help fact-checkers, too.  <Poynter Institute>. 

   URL: http://www.poynter.org/2017/repetition-boosts-lies-but-could-help-fact-checkers-too/460552/


3) 김선호, 김위근(2017). 팩트체크를 체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3권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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