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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전 세계 팩트체크, 글로벌팩트 4 서밋 현장을 가다

2017-07-07

“팩트체크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Factcheck keeps growing.)

7월5~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팩트체커들의 연례회의 Global Fact 4에서 4년 전 이 국제회의의 탄생을 주도했던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는 행사를 끝내는 마지막 인사를 이 말로 대신했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50여 명의 참석자로 시작한 Global Fact는 대회 4년째인 올해 53개국에서 188명의 팩트체커와 학자들이 몰려들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한국의 SNU팩트체크센터를 비롯해 고후(GoHoo) 등 팩트체크 기관들이 연대해 만든 팩트체크이니셔티브 일본, 터키의 테잇, 노르웨이의 팍티스크 등이 새 얼굴로 등장했다.


                                                       7월5~7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4 참가자들.  

                                                                      53개국에서 188명이 몰려 들어 팩트체크의 경험담을 나누고 진로를 모색했다.  사진제공 Mario Garcia


국제 팩트체크 연대 (International Fact Check Networking, IFCN)가 주관한 이번 대회의 내용은 팩트체크가 저널리즘의 특수한 영역이나 형식이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의 미래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오전 8시반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채워진 3일간의 대회 일정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팩트체커들이 당면한 도전들을 공유하여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한편 선도적인 실험과 성공 사례들을 공유함으로써 팩트체크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각국의 팩트체커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팩트체크에 동영상과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소개했고, 팩트체크 자동화(automated factchecking)가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줬다. 특종이라는 목표를 두고 언론사들이 무한경쟁한다는 고전적인 저널리즘 모델과는 달리 양질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경쟁자들이 협력하거나, 이용자와 팩트체커가 협력하는 모델들이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팩트를 제시해도 자신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거나, 팩트체크가 제시한 내용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뉴스 이용자들의 인지적, 심리적 습성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었고, 팩트체크의 사회적 확산과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팩트체크를 결합하는 세계 각국의 시도들이 소개됐다.



팩트체크, 연대를 통해 진화하다

‘협력’이 팩트체크를 변화시키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6월 출범한 노르웨이의 팍티스크(Faktisk)는 전통 매체들이 어떻게 팩트체크를 위해 ‘무한경쟁’이라는 언론시장에서의 해묵은 공식을 타파할 수 있는지, 전향적 사고의 예를 보여준다. 팍티스크는 경쟁 관계인 일간지 다그블라데(Dagbladet)와 베덴 강(Verdens Gang),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상업방송인 TV 2가 각각 25%씩을 출자해 만든 비영리 팩트체크 전문 매체다. 1000만 노르웨이 크로네를 종잣돈으로 출범한 팍티스크에 4개 언론사는 내년에도 각 1백만 노르웨이 크로네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직원은 기자와 웹 디자이너 등을 포함해 7명.

베덴 강 출신의 언론인으로 4개 언론사로 구성된 협력위원회의 이사장과 팍티스크의 대표를 맡고 있는 헬야 송바는 서로 경쟁자인 언론사들이 ‘팩트체크’를 위한 매체를 만든 데 대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시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팍티스크에서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 출자한 회사들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출자한 회사들 각각은 정치적 지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팍티스크는 이러한 정치적 지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한 독자적이고 비영리적인 매체다. 우리가 그러한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독자들로부터 미디어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팍티스크가 생산한 콘텐츠들은 팍티스크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한편, 팍티스크에 출자한 4사 중 하나인 노르웨이 공영방송을 통해서도 유통된다. 뉴스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넓은 배급망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공영방송을 경로로 삼는 것이다. 노르웨이 공영방송을 통해 소개된 내용들은, 팍티스크에 출자하지 않은 노르웨이 전역의 작은 언론사들도 저작권료 부담없이 게재할 수 있다. 일종의 사회적 공공재처럼 팍티스크가 검증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위 언론사 수준을 넘어선 팩트체크 연대가 각국에서 모색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대선기간 중 프랑스 19개 언론사가 협력한 크로스체크의 활동 경위를 설명하는 모습.
                                                                                     마이크를 든 이는 '리베라시옹'의 기자 플린 믈로다.  사진제공 Mario Garcia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9개 언론사가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한 프랑스 크로스체크 팀의 일원이었던 리베라시옹의 기자 플린 믈로는 “협력의 수준은 대단히 느슨했지만, 서로 다른 매체의 종사자들이 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을 팩트체크할 것인가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었다. 크로스체크에 참여한 19개 언론사의 기자들과 편집자, 인턴인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 등 45명 정도가 슬랙(slack)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검증 대상을 정했다.”
크로스체크는 언론사들의 협력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이자 플랫폼 제공자인 구글, 팩트체크의 자동화 기술을 끊임없이 실현하고 있는 비영리 팩트체크 기관인 퍼스트 드래프트(First Draft)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게시되는 뉴스에 대한 최종 편집은 AFP가 담당했다. 2월26일부터 5월8일까지 프랑스 대선 기간 동안 수행된 이 프로젝트에서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600개의 미심쩍은 대선 관련 정보들이 크라우드 소싱으로 보고되었고, 19개 언론사들은 65개의 가짜뉴스들을 검증해냈다. 검증된 기사들은 크로스체크의 라이브 블로그에 판정결과와 함께 게시됐다. 믈로는 “우리가 가진 자료를 경쟁사들과 공유하는 것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능적인 차원에서 이런 종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특히 팩트체크를 하기에 충분한 자원을 갖지 못한 소규모의 언론사들은 이런 연대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팩트체킹의 기술적 진화, 가짜 뉴스 검색 수준 높이고 팩트 유통 확대하고

자동 팩트체킹(automated factchecking), 실시간 팩트체킹 등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팩트체킹에 접목하는 시도들이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각국의 사례들도 관심거리였다. 자동팩트체킹은 쏟아지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사실확인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팩트체커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손에 쥐어주자는 것이다.

구글과 협력관계를 맺고 가짜뉴스 자동검색 기능을 개발하고 있는 영국의 비영리 팩트체크 기구 풀 팩트(Full Fact)의 메반 바바카는 “올해 말까지 라이브(Live)와 트렌즈(Trends) 두 개의 자동 팩트체크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한 작업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트렌즈(Trends)는 가짜 정보나 그릇된 정보가 디지털 공간에서 유통될 때마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이러한 주장을 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누가 주로 가짜정보를 생산하는지를 확인해서 이들을 집중공략하여 팩트체킹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라이브(Live)는 토론이든, 기자회견이든, 주장된 내용이 사실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팩트체킹 도구다. 풀 팩트가 사실검증했던 내용들은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그릇된 주장이 반복됐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끌어다쓰는 것이다. 더 발전된 형태로는 자연어처리와 통계, 구조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을 때도 사실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단계를 지향한다. 풀 팩트는 이 새로운 팩트체킹 엔진(engine)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호환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프리카의 팩트체크 기구인 아프리카 체크, 아르헨티나의 체케아도(Chequeado)와 협업하고 있다.


                     듀크대 리포터스랩이 개발한 '셰어 더 팩츠' 위젯의 화면. 어떤 팩트체크 기관이든 이 표준화된 템플릿을 이용하면 팩트체크한 결과가 구글 화면에  눈에 띄게 노출된다. 


듀크 대학의 리포터스랩(Reporter's lab)은 팩트체크된 결과가 구글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위젯인 ‘셰어 더 팩츠’(Share the Facts)를 소개했다. ‘셰어 더 팩츠’는 팩트체크를 하는 각 기관이 표준형으로 공유하는 템플릿으로서, 팩트체커가 발언자, 검증할 내용, 검증 평가 등 템플릿에 기술된 항목에 기입을 마치면 콘텐트 운용 시스템(CMS)이나 트윗에 붙일 수 있는 HTML을 만들어낸다. 이를 기사나 블로그 글에 갖다 붙임으로써 웹 상에 ‘셰어 더 팩츠’의 콘텐츠가 게시될 때마다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것. 현재 ‘셰어 더 팩츠’는 영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등으로 서비스된다. 가입한 팩트체크 기관들은 폴리티팩트, 워싱턴포스트, 팩트체크 닷 오르그, AP, 스놉스닷컴 등과 이탈리아의 파젤라 폴리티카, 라 스탐파, 폴란드의 데마고그 등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4월부터 팩트체크 기사에 ‘팩트체크’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을 도입했지만, ‘셰어 더 팩츠’의 도입 이후 기사의 노출도는 더 높아졌다. 영어로 구글의 뉴스보기를 열면 오른쪽 하단에 ‘팩트체크’라는 별도의 창이 생성되는 것. 팩트체크닷 오알지의 로브 파렛은 “‘셰어 더 팩트체크’가 도입된 이래, 트래픽 발생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팩트체크를 아무리 잘해도 어떤 경로로 뉴스 이용자들에게 접근할 것인가가 고민되는 상황에서 ‘셰어 더 팩츠’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인 구글과 팩트체커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대책이다.


탈 진실(post truth)의 시대, 이슈 중심 팩트체킹이 제안되다

팩트체킹의 성장은 양적인 측면에만 있지 않다. 2016년 IFCN은 팩트체커들의 준칙규정(code of principles)을 선포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3의 분임토의에서 제안돼 만들어진 이 규정은 크게 팩트체크의 행위와 방법, 재원, 결과에 대한 비당파성과 투명성을 지향한다. 준칙규정의 제정 이후 전 세계 51개 팩트체크 기구가 준칙규정 수행 기관으로 인정받는 IFCN의 심의에 지원해 이 중 25개가 승인됐고, 23개는 보류, 3개 기관은 심사에서 탈락했다. 2016년 12월 IFCN은 페이스북과 협력관계를 맺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뜬 가짜뉴스를 판별하게 됐다. IFCN의 회원 기관들 중에서도, 준칙규정 심사를 통과한 팩트체크 기관만이 가짜뉴스 판별에 나설 수 있다. 준칙규정 기관 여부를 심의하는 아프리카체크의 피터 컨리프-존스는 각 기관이 심의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들을 위해 각자 구사하고 있는 팩트체킹의 방법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됐고, 독자에게 더 책임을 잘 질 수 있게 됐다”고 성과를 평가했다.

팩트체크가 지금 서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이에 대해 미국언론재단(American Press Institute)의 톰 로젠스틸은 사람 중심의 팩트체크에서 이슈 중심으로 팩트체크가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이 팩트체크할 수 있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알아야할 것이 무엇인가로, 행위자 중심(actor focused)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user focused)으로” 팩트체크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로젠스틸은 “현재의 정파적 대립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는 팩트체크 당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의 지지자의 경쟁자는 팩트체크 당하는 것을 원한다”며 “팩트체크가 현재의 사람 중심 접근이라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팩트체크를 수용하려는 정보 이용자들의 행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팩트체킹을 할 것이 아니라 이슈 혹은 지식 검증으로 옮겨가야 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팩트체킹은 해설형 저널리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드리드=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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