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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SNU팩트체크 우수상 수상작 후기 2

YTN 김승환 기자, 쏟아지는 외신발 탈레반 뉴스...모두 사실일까? (2021.8.24 게시)


국제 뉴스는 팩트체크 사각지대? 

 

포털 뉴스를 보다 무심코 기사를 클릭했을 때를 떠올려 볼까요? 대부분 손이 가는 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입니다. 그 중엔 유독 국제 뉴스가 많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의문을 가지다 가도 ‘그래, 이런 일 하나 정도는...’이라고  넘겼던 적 많으실 겁니다. 거기다 외국 언론사가 기사 출처로 붙어있으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죠.  


‘탈레반, 온건 통치 선언 뒤 하루 만에 여성 총살’이란 뉴스도 비슷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언론사 폭스뉴스가 보도했고, 탈레반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며, 거기다 그 증거라며 여성이 쓰러진 사진까지! 


이 내용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사진을 이용했습니다.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하면, 웹에 같은 사진이 있는지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진은 탈레반이 온건 통치 선언을 하기 전부터 SNS에 올라왔더군요. 반나절 동안 전 세계의 SNS를 타고 타고 대체 어디부터 사진이 온 걸까 찾으려고 했지만, 시작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적어도 탈레반이 통치 선언 하루 만에 여성을 총살했다는 근거로 해당 사진이 사용된 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탈레반이 여성을 총살했는지 따져보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탈레반의 첫 공식 행보’라는 제목과 함께 탈레반이 소속 전사들에게  여성을 ‘선물’한다는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그 증거라며 아랍어로 된 그림 파일 형태의 원문을 제시하며 그럴싸함을 더했습니다.

 

이번엔 아랍어로 된 파일을 텍스트화하는 프로그램, 웹 번역기와 전문가 도움을 받아 번역해 봤습니다. 게시 글에 있던 설명과 실제 파일 속 내용이 비슷했습니다. 정말 이랬던 걸까 싶은 찰라, 문서에 이슬람력으로 표기된 날짜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날짜를 번역해보니 탈레반의 통치 선언 날짜 이전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직접 검색해보니, 탈레반 통치 선언 이전에 같은 내용이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이미 퍼져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문서의 진위 여부를 밝히진 못 했지만,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차지한 뒤 내놓은 첫 공식 행보라고 보기 어려운 건 분명했습니다.


이 기사를 쓰고 모욕적인 항의 메일을 받았고, 기사에 악플도 많이 달렸습니다. 회사 선배는 우스갯소리로 저한테 ‘친 탈레반 기자’가 됐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탈레반을 옹호하려던 게 아니라, 확인 없이 쉽게 기사를 쓰는 행태를 꼬집고 싶었을 뿐입니다.


외신 뉴스를 의심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건 때문에 회사에 왔던 시청자 항의 전화 때문이었는데요. ‘터키에서 한국인 남성이 같이 여행하던 여성을 성고문했다’는 기사가 현지 온라인 매체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가해자와 피해자 사진까지 공개돼, 매우 자극적인 형태로 말이죠. 부끄럽게도 YTN 온라인뉴스팀에서도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기했습니다. 해당 뉴스에 가해자라고 나온 사진 속 인물은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었고, 그분의 지인이 회사에 항의 전화를 했죠. 


제가 쓴 건 아니지만, “어떻게 확인도 안 하고 쓸 수 있습니까?”라고 하는데, 참 부끄럽더군요. 인터넷에 성범죄자로 알려져 사진이 잘못 올라간 사람 입장이 되어보니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보도 경위를 파악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실제 가해자·피해자 이름과 사진 속 인물들의 이름이 같더군요. 해외 언론에서 SNS 검색을 통해 한국인 중 이름이 같은 사람 가운데 아무 사진이나 갖다 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당시 해당 내용을 보도한 현지 언론사들에 보도 취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에 외신 보도 내용과 피해자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부는 아니지만 잘못된 외신 보도들을 지울 수 있었고, 이 내용도 기사화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국제뉴스들이 보도됩니다. 이른바 ‘클릭 장사’를 위해서, 혹은 검증할 시간이나 여력이 부족해 받아쓰기 형태로 ‘이상한 나라의 신기한 이야기’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경찰서 형사과장에게 묻고, 소방서 상황실에서 묻는 것처럼 해외 소식을 팩트체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진위 여부를 의심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 내용을 검증하는 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검증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이 시대에 '기레기’가 아닌 기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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