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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 서밋 참가기: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시대의 필수 교양


"이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네티즌(netizen)’과 같은 개념들은 내려놓을 때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것과 그 안의 정보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의 권위자인 샘 와인버그(Sam Wineburg) 스탠퍼드대 역사교육연구소 교수가 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 서밋(Global Media Literacy Summit)에서 한 말이다. 그는 “대다수의 학생이 광고와 뉴스 기사, 허위 정보와 사실을 구분해 내지 못한다”고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며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어린 학생들이 정작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제시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올바른 정보 소비를 위한 방법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 세계적인 화두다. 구글은 지난 9월 5일 영국 런던 본사에서 첫 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 회의를 개최했다. 언론계, 학계를 비롯해 전 세계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이 회의에 대거 참가했다. 온라인에 유통되는 정보량에 비례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무절제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에 구글은 2018년 구글뉴스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를 발족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 뛰는 세계 각지의 비영리기구를 지원하기 위해 100억 달러(약 11조 9,100억 원)를 출연했다. 이번 회의는 전세계 관련 기관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와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허위 정보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다양한 접근 방법


이번 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특히 일찍부터 디지털 정보에 노출되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주로 개발돼 시행되고 있었다. BBC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팀의 재닛 밸러드(Janette Ballard)는 자사 프로그램 <영 리포터(Young Reporter)>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의 11~18세 청소년들을 직접 보도 과정에 참여시켜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게 했다. 청소년들에게 정보 분별 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한국 사례도 소개됐다. 박일준 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 학부모가 직접 강사로 나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모델을 설명했다. 


구글뉴스이니셔티브의 라먀 라가반(Ramya Raghavan)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출처 - Google Europe 제공>



샘 와인버그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구글뉴스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도 소개됐다.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인도네시아의 시민 기구인 마핀도(Mafindo)는 ‘스톱 혹스 인도네시아(STOP HOAX INDONESIA)’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책임연구자인 산티 인드라 아스투티(Santi Indra Astuti)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매개체는 엄마”라며 엄마를 대상으로 허위 정보 대응 방법이 담긴 드라마 영상물을 제공해 교육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포인터연구소(Poynter Institute)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기구인 미디어와이즈(MediaWise)는 유명 유튜브 채널과 손을 잡고 온라인 허위 정보 대응에 관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 어 리터러시 향상을 꾀하기도 했다.


핵심은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주요 목적은 학생들에게 비판적이고 추론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샘 와인버그 교수는 “21세기의 문제에 20세기의 해결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보를 소비할 때 기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어떤 증거가 있는지, 다른 출처들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사고하고 직접 찾아보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독립기구인 영국국립독서재단(National Literacy Trust)의 연구책임자 아이린 픽턴(Irene Picton)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비판적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등을 아우르며 접근해야 한다”며 “허위 정보의 폐해와 소셜미디어에서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기술로, 어떻게 생산되는지 교육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합의된 정의와 용어 사용해야


미디어 리터러시의 측정에 관한 이슈 또한 중요하게 다뤄졌다. 우선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는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인터넷 리터러시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며 “무엇을 측정하려고 하는지 합의된 정의와 용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디어를 둘러싼 기술이나 환경 등은 계속 진화한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 측정 지수도 같이 진화해야 한다”며 “공통의 용어, 공통의 측정, 공통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력해 미디어 리터러시 표준(standard)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에밀리 에반스(Emily Evans) 이코노미스트교육재단(The Economist Educational Foundation) CEO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 비판적, 추론적 사고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에 대한 표준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또 “미디어 리터러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차를 두고 측정해야 하고, 교육의 구체적인 성과를 단기, 장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업의 필요성


미디어 리터러시 저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여러 난제도 논의됐다. 마사토 카지모토(Masato Kajimoto) 홍콩대 교수는 “아시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문화, 언어 등의 장벽으로 서구 지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체 개발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박일준 회장은 “한국에선 수학이나 과학 등 주요 과목 외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공감을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성인에게도 필요하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이린 픽턴 영국국립독서재단 연구책임자는 “성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약할 뿐 아니라 온라인상 허위 정보가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인식하는 제삼자 효과를 보인다”는 관련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고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언론, 교육, 정부, 온라인 플랫폼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의 내내 강조됐다. 마사토 카지모토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의 효과라는 관점으로 보고 장기적인 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글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건강한 정보 소비를 이끌기 위해 구글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소개됐다. 구글과 유튜브는 인증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왔다. 독자가 플랫폼에서 뉴스를 검색할 때 웹페이지 내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검증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해당 주제와 관련한 제삼자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정보의 출처, 게시자에 대한 배경 정보를 제공하는 링크를 두고, 인증된 뉴스 기관의 팩트체크 결과를 담은 콘텐츠는 별도로 표시한다. 독자 스스로 정보의 신뢰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박유현 DQ연구소 대표가 ‘DQ에브리차일드(DQEveryChild)’라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구글뉴스랩(Google News Lab)은 저널리스트들이 정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현장 또는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까지 약 50만 명의 저널리스트를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교육자, 비영리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구글의 공공 정책 책임자 앨리나 디모프테(Alina Dimofte)는 “허위 정보에 대한 대응에서 나아가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1), 필터버블(Filter Bubble)2)과 같은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과거에는 발생하는 사건이나 현상, 정보 등이 언론의 검증과 정제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제공됐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는 언론이라는 필터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보가 매일 쏟아진다. 이러한 정보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큰 혜택이자 가능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 사실이 아닌 정보들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신뢰를 훼손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 위험을 직시하고,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전 세계적 공감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또 건강한 정보 소비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20년, 미국의 정치가이자 교육 철학자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국민이 건전한 재량으로 통제권을 행사할 만큼 계몽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그 해결책은 그들에게서 그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그들의 재량권을 알리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재량권으로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 본 기사는 <신문과방송> 2019년 10월호 (통권 586호) 미디어포럼 섹션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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