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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이란?


가짜뉴스(Fake News)와 사실검증(Fact Checking)!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통령 선거를 치른 나라들에서는 어김없이 가짜뉴스와 팩트체킹이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단순한 이슈화를 넘어 시대의 화두로까지 발전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짜뉴스의 위험성과 우려가 커질수록 팩트체킹에 대한 요구와 사회적 갈증도 동시에 커진 분위기다.

팩트체킹이 아직 초기단계라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런 흐름을 만드는 데 음으로 양으로 노력한 이들이 있다. ‘사실검증’을 통한 저널리즘의 본령을 회복하는 일에 매진하는 이른바 팩트체커(사실검증 전문가)들이다. 전 세계의 팩트체커들이 지난 2014년부터 1년에 한 번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와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이 그것이다.


서밋의 주인공은 팩트체커들

첫 행사는 2014년 6월 9~10일 이틀 동안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당시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연수 중이던 필자는 빌 어데어 듀크대 교수로부터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팩트체커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3대 팩트체커(Factcheck.org, PolitiFact.com, The Fact Checker)에 대한 얘기는 그 전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팩트체커들이 활동 중인지는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호기심이 발동했고, 어데어 교수에게 관련 내용을 추가로 묻기도 했다. 그러자 어데어 교수가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비록 팩트체커는 아니지만 팩트체킹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참가한 첫 번째 팩트체킹 서밋은 그렇게 시작됐다.

궁금증은 계속 이어졌다. 왜 흔히 쓰는 컨퍼런스나 세미나가 아닌 서밋(summit, 정상회의)으로 명명했는지도 의아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은 적은 없지만 전체 행사나 기조를 보면 금세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의 주인공은 팩트체커들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팩트체커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고민을 꺼내놓고 팩트체킹의 현 주소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라는 의미다. 언론학자나 교수,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적인 토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컨퍼런스나 세미나 보다 각 나라의 팩트체킹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정상회의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첫 번째 서밋이 진행된 장소는 런던정경대(LSE)의 크지 않은 강의실이었다. 이곳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서밋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점심시간도 아끼기 위해 가벼운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대신했다. 참석자는 25~26개국 50여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의 3대 팩트체킹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다 모였고, 영국의 풀팩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카체크, 아르헨티나의 체쿠웨도, 체코의 데마고그 등 다양한 대륙과 국적의 팩트체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밋이 열리기 몇 달 전인 그 해 4월 미국 듀크대학교 리포터스랩(reporter‘s lab)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0여 개국 59개의 팩트체킹 기구 또는 사이트가 개설돼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첫 해 서밋에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팩트체커들이 총출동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Global Fact 3의 발표세션. 41개국에서 105명이 참석했다.


서밋을 주도한 어데어 교수 역시 이런 흐름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였다. 어데어 교수는 “세계적으로 팩트체킹은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밋의 중요한 후원자이자 언론인 재교육 등으로 유명한 포인터(Poynter) 재단의 팀 프랭클린 대표도 “인터넷 파워가 커질수록 팩트체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달라지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팩트체커들은 좀 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닐 브라운 템파베이 타임즈 편집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팩트체킹은 파워에 관한 것이고, 정치인들에게 있는 파워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작업”이라고 격려했다.

이들 외에도 첫 번째 서밋은 다양한 연사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다. 루카스 그레이브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교수는 팩트체킹의 유래와 현황 등을 소개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팩트체커들은 자신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함께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엔지 홀란 폴리티팩트 편집장은 팩트체커들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실무에 필요한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서밋에서 만난 한국 동료들


두 번째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 역시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2015년 7월 23~24일 이틀 동안 런던시티대학으로 무대가 옮겨졌다. 분위기는 첫 해와 비슷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열기는 더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두 번째 대회에는 국내에서 언론재단 관계자와 JTBC 기자까지 참석하면서 무려(?) 3명의 한국인이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팩트체커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예희 리까지 포함하면 4명이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첫 번째 서밋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석했던 때와 비교도 되고, 내심 뿌듯했다.


                         Global Fact 2에 참가한 한국인들. 왼쪽부터 김필규 JTBC기자, 미셸 예희 리 워싱턴포스트 기자, 필자, 언론재단 관계자.


첫 해 행사를 치른 지 1년 밖에 안 지났지만 팩트체킹 성장세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모두 눈에 띌 정도였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70여 명이 참석했다.

두 번째 서밋에서 각 나라의 팩트체커들이 소개한 다양한 경험과 사례는 팩트체킹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일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주요 야당에서 연설할 때 연설 내용을 뒷받침하는 소스 리스트도 함께 제공하는데 이를 흔히 ‘아프리카체크 답변양식’이라 부른다. 남아공 팩트체킹 조직인 ‘아프리카첵’(Africa Check)이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치인의 거짓말이 팩트체커의 검증으로 드러나자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팩트체킹의 성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NAF(New America Founda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신문에서 팩트체킹을 언급하는 사례가 900% 이상 증가했고, 방송에서는 20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언론재단(API, American Press Institute) 조사에서도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신문에서 팩트체킹을 언급한 횟수가 50% 이상 증가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3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무된 분위기는 서밋이 끝날 시점에 정점으로 치달았다. 긴급 속보를 통해 포인터재단이 22만 5,000달러의 재원을 확보해 국제적인 팩트체킹 기구를 설립키로 결정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이 재원을 통해 온라인으로 팩트체킹을 배울 수 있는 강좌(e-learning packages)를 개설하고, 팩트체킹 컨퍼런스도 매년 개최키로 결정하는 등 포인터재단이 팩트체킹 저널리즘의 전진 기지 역할을 맡기로 결정했다. 이후 재단 홈페이지에는 별도의 팩트체킹 코너가 만들어졌고, 이탈리아 팩트체커 출신인 알렉시오 만젤리스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때의 결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르헨티나로 옮겨간 서밋

지난해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열린 제3회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은 ‘Global Fact 3’라는 약칭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다. 아르헨티나 팩트체킹 팀이 강력하게 개최를 희망했고, 포인터재단이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중남미에서는 ‘Global Fact 3’를 치르기 전에 대륙 자체의 팩트체킹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만이 아니라 중남미에서도 팩트체킹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3회 서밋은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때 열렸고 특히 트럼프 후보의 각종 언행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때여서인지 참석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도 했다. 3회 서밋에는 41개국 105명이 참석했고, 활동 중인 사이트 역시 105개로 확인됐다. 또 미국에서는 대선의 영향으로 팩트체킹 ‘빅3’로 불리는 조직의 각종 기록들이 모두 새롭게 바뀌기도 했다. 가령 ‘팩트체크 오알지(Factcheck.org)’의 한 대선 토론 관련 내용은 18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팩트체킹은 새로운 영역이 아니라 완전한 한 축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빌 어데어 듀크대 교수도 “팩트체킹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팩트체킹이 무엇인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저널리즘의 성숙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제 우리의 저널리즘을 다음 단계로 이동시킬 때가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Global Fact 3 참가자들


‘Global Fact 3’에서도 각 나라 팩트체커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성공담과 실패담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경험 많은 팩트체킹 조직의 크고 작은 실패담은 후발 주자들에게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는 분위기였다. 3회 서밋에서는 워낙 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분임토의도 이뤄졌다. 전체 참석자들을 8개 그룹으로 나눠 팩트체커만의 표준을 만드는 문제부터 팩트체킹 경험의 공유, 국제 팩트체킹의 날 제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다. 팩트체킹이 저널리즘 분야에서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전 세계 팩트체커들 역시 한 차원 다른 활동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서밋이 끝난 뒤에도 논의는 계속돼 ‘Share the Facts’라는 위젯을 팩트체커들이 사용하기로 하는 한편, 국제 팩트체킹 데이를 2017년 4월 2일에 열기로 결정했고, 행동강령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제3회 서밋이 끝난 뒤 전 세계 팩트체커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원칙강령을 채택했다. ‘IFCN CODE OF PRINCIPLES’이라는 이름이 붙은 5가지 강령에는 △불편부당함과 공정함에 대한 헌신 △소스의 투명성에 대한 헌신 △자금 조달과 조직의 투명성에 대한 헌신 △방법론의 투명성에 대한 헌신 △개방성과 정직한 수정에 대한 헌신 등을 담았다. 서밋에서 나눈 고민이 실제로 적용되고 실천까지 이른 것이다.

오는 7월 5일부터 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팩트4’에는 참석자만 19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과 함께 또 어떤 경험을 나누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방안을 고민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정재철 (내일신문 외교통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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